[시선뉴스 이호]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과 규범, 법규들이 있다. 그리고 이에 반하여 하는 행동들을 ‘반사회적 행동’, 또는 ‘범죄’라고 한다.

그 중 범죄가 성립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존재해야 하는데 행위가 형법의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구성 요건 해당성, 전체 법질서로부터 부정적인 행위라는 판단이 가능한 위법성,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는 책임이다. 그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학교 폭력과 더불어 각종 절도, 폭행, 강도사건을 넘어 살인사건까지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범죄 행위가 날로 그 심각성이 커져간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어느 학교, 학급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 터지게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기도 하다.

왜 이런 상황까지 되었는지를 짚어보자면, 그간 언론에서는 게임이나 영화 등 각종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미디어를 접한 아이들의 성향이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면모를 키운다는 보도를 많이 했었다. 그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든, 그렇지 않든 온종일 그런 것들만 접하다 보면 그렇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제는 아이들의 의식수준의 발달을 무시한 아주 단편적인 부분일 뿐이다. 요즘의 아이들은 절대 그렇게 쉽게 세뇌되지도, 그리고 마냥 어리지만도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학교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 학교라는 단체 사회에 어느 정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이 학칙이나 규칙 등에 대해서 적응을 하며 생활하게 되는데, 그들 중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약하면 소위 ‘왕따’가 되고 강하면 ‘일진’이 되는, 사회로 나와서 첫 번째로 겪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된다.

▲ 2005년 학급에서 일어난 폭행으로 사망한 홍oo군의 영정사진을 들고 졸업식을 한 아버지

이들은 자신들이 사회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대신, 자신들이 새로이 사회를 만들어 생활을 하게 된다. 일진들은 ‘파’나 ‘회’등을 만들고 왕따 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철저하게 배척한다. 일진과 같이 힘이 강한 사회 부적응자들이 모인 집단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사회 구성원은 건드리기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상대는 그 구성체가 가장 작은 왕따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담 없음’은 일진과 기존 사회구성원들의 공통 사항이기 때문에 일진은 폭력을, 일반 사회 구성원들은 따돌림과 방관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게도 점점 그 연령대가 낮아지기 시작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등학생 정도가 되서야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는 했는데, 현재는 초등학교 그것도 저학년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가 정보화 사회기 때문이다. 넘치는 정보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점점 더 발달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언론등을 신용하지 않고 걸러서 듣는 세상이며 자신의 의견을 외부로 표출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이 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러한 정보의 과다 노출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예전 아이들처럼 동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것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고 산타크로스를 믿는 동심을 가지길 바라는 것은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얼마 지나면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되었다. 그리고 한층 더 나아가 어린 사회 부적응자들은 이런 정보를 자신들에게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범죄의 3요소중 미성년자는 ‘책임’에서 자유롭다. 특히 만 14세 미만의 아동들은 형법상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절대적인 보호대상으로서의 지위만 갖고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을 하는데, 이 사실을 사회 부적응 아동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어지간한 사건은 대부분 죄 안됨,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또한 큰 사건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큰 벌을 받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이런 단적인 예를 보여준 사건이 수년전 있었는데, 부산의 한 중학교 일진이 자신과 스쳤다는 이유로 학우를 구타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그 일진의 메신저 상태창에는 “살인도 좋은 경험, 난 죄가 안되니까...”(이하 생략)라는 글귀가 있었다. 자신은 미성년자기 때문에 살인죄의 책임이 결여된다는 ‘지식’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인성은 더디게 발달하는 것에 비해 정보 습득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이를 이용하여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을 아이러니 하게도 국가가 사회적으로 보호해 줘야 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런 행동들이 위법하지만 국가에서 처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국가가 인정하는 당연히 해도 되는 행위들로 인식하게 되어 ‘죄책감’마저 상실하고 있어 수법과 행동들이 점점 잔인해지는 경향도 있다.

특히 이런 점에 있어서 최근 발생한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매춘을 시키고 온갖 가학행위를 하며 심지어 사망했을 때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얼굴에 불을 붙이고 시멘트를 바르는 등 일반 사회 구성원은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이 느껴지는 잔인한 사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사건도 만에 하나 검거되더라도 감경된다는 나이로 인한 법적인 방패와 함께 증거만 인멸하면 저지른 범죄 자체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도덕적 죄책감의 결여 때문에 어쩌면 그들에게서는 자연스럽게 행해졌던 사건일 수 있다.

학생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윤일병 사망사건의 재현사진(출처/연합뉴스)

또한 더 나아가 이 때의 피해자들이 군대 등 자신이 당했던 그 행위를 똑같이 할 수 있는 위치와 기회를 가졌을 때 오히려 보상심리 또는 피해의식으로 인해 자신이 당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다른 대상에게 하는 이번 윤일병 사망사건같은 최악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사회는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에 비해 사회의 대응은 언제나 늦을 수밖에는 없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전에는 쉬쉬했던 성교육이 현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아이들이 빠른 정보 습득을 통해 똑똑해 지고 영악해 진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법적, 제도적으로도 반드시 개선을 해야 한다.

 

현재는 똑똑한 초등학생이 가장 막나가고 무서운 사회다.

지식교양 전문미디어 시선뉴스
www.sisunnews.co.kr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