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여 현대판 노예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안 염전 노예’사건. 이 사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신안군에 대해 분노했고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 유린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국민적인 관심에 의해 관련 사건들은 잠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6월 27일에는 통영에서 어선 4척을 소유한 선주가 60대 지체장애인의 노동력을 갈취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착취는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은 비단 신안이나 통영 같은 외딴 바다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잠실야구장에서 장애인을 착취한 노예 사건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민간 고물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56) 씨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 B(60) 씨를 잠실야구장 옆 쓰레기 적환장에 있는 컨테이너에 거주시키고 잠실 야구장 청소부들이 갖다 주는 쓰레기의 분리수거를 시켰다. 

B 씨가 일했던 잠실야구장 적환장과 컨테이너(서울송파경찰서 제공)

A 씨는 B 씨가 분리한 재활용 쓰레기를 팔아 5년 동안 약 1억 4천 만 원 가량의 이익을 챙겼으며 이 과정에서 B 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면서 강제로 노동을 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서울시 위탁기관인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쓰레기가 가득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B 씨를 발견해 긴급구조를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10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A 씨를 장애인복지법 및 국유재산법,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상태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에게 야구 시즌 기간에는 월 70만∼75만원, 비시즌 기간에는 주 3만∼5만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법하게 수당을 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임금의 적정성을 두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이 노동법 위반 여부에 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B 씨는 A 씨뿐만 아니라 친형인 C(74) 씨에게도 착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C 씨가 자신의 돈처럼 써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C 씨 역시 횡령 및 장애인 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의 노동력과 보조금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세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꾸준하게 발생하고 발견이 된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장애인의 불편함을 가해자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애인이 가진 불편함을 자신이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반항을 하지 못하게 하는지 안다. 이를 철저히 이용하여 착취를 하면 장애인은 꼼짝없이 당해야만 한다. 

그러나 가해자 외의 누군가 이렇게 착취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해 알아챈다면 이 상황은 바로 종료될 수 있다. 장애인 혼자서는 가해자에 대항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은 신고 등을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비교적 쉽게 해소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장애인들의 생활을 옆에서 관심 있게 봐 주어야 할 이유다. 

멀쩡한 사람들이 벼룩의 간을 빼 먹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최소한의 행복권을 빼앗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행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도 우리가 야구를 즐기기 위해 야구장에 가서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는 B 씨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일찍 가졌더라면 B 씨가 5년이라는 세월동안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됐을 사건일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의 관심이 어떤 장애인이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앞으로 ‘현대판 노예’를 다루는 기사를 보는 일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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