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신문지 의상으로 유명한 연극 <심생>.

무언가 마음이 쏠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생이라는 뜻인 연극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연출가 이성권. 연극 <심생>에 얽히고 기쁘고 슬프고 그리고 안타까운 그의 삶 이야기를 함께 알아보자.

 
기자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선뉴스 구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성권 : 시선뉴스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극단 연미의 이성권입니다.

기자 : 요즘 계속 공연 하고 계시죠? 많이 바쁘시겠어요
이성권 : 네 지금 공연 계속 하고 있고, 매일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교롭게 기자님과 인터뷰 시간이 잘 맞지 않기도 했네요 하하 죄송합니다.

기자 : 괜찮습니다. 근데 저도 이렇게 인터뷰하기 어렵긴 처음입니다. 하하 공연 소개좀 해주시죠.
이성권 : 창작극 <심생>이라는 작품입니다. 조선시대 패관소설을 쓰는 이옥이라는 작가가 있었는데요, 당시 정조시대에 문체반정이라는 정책을 내려요. 이 정책 때문에 이옥 작가는 소설을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유배를 가게 됐죠, 그렇지만 계속해서 이옥 작가는 글을 썼고요. 잊혀진 작가인데, 저희가 발굴해서 창작극으로 좀 만들었습니다.

기자 : 이 공연이 올해 창작 된 게 아니죠?
이성권 : 네. 3년 전에 만들어 진건데, 다시 재공연 되고 있는 겁니다.
기자 : 근데, 심.생... 어떤 뜻인가요?
이성권 : 무언가 마음이 쏠려 헤어나오지 못할 ‘심’자에 인생‘생’자를 붙여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뭔가 신비롭고 독특한 이름이죠? 하하

 

기자 : 의상이 독특해요. 신문지로 만든 옷이죠?
이성권 : 네 그래서 잘 찢어져요
기자 : 정말 신문지로 만든 거였네요? 궁금했거든요
이성권 : 배우들이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는데요. 그래도 공연 중에 실수가 생겨요. 한번은 남자 배우가 공연 중에 너무 과격하게 앉는 바람에 바지가 찢어진 거예요
기자 : 어머!
이성권 : 근데 하필 또 속옷 색깔이 열정의 빨간색 이었던 거죠.
기자 : 그날 공연 오셨던 분들은 득템 하셨네요. (부끄부끄)
이성권 : 네네 설상가상 그날 그 배우의 부모님이 오셨다는 게 더 화제 거리였죠. 하하

기자 : 하하 의상에 더 애착이 가겠어요
이성권 : 네 제가 항상 연습하러 오면 배우들이 다 풀로 자기 옷 찢어진 곳을 붙이고 있어요 소중하게 접어서 집에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고요 하하
기자 : 신문지 의상. 참 독특한데 누가 처음 만드신 건가요?
이성권 : 극단에 의상 디자이너가 있어요. 신문지 안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잖아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옷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만들게 됐죠.

기자 : 와~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셨네요
이성권 : 네... 그런데 지금은 그 친구가 없어요. 작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에 올려지는 <심생> 작품은 그 친구를 위한 작품이에요.
기자 :  ... 아 그렇군요... 연출가님을 비롯해서 배우분들도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먼저 디자이너분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디자이너분이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이성권 : 네 저희도 다 그렇게 믿고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 원래 연기전공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성권 : 네 고등학교때 연극부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가 대학도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해서 연기 전공을 했습니다.

기자 : 그럼 어쩌다 연출을 하시게 된건가요?
이성권 : 사실 좀 시작은 등 떠밀리는 식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하하 대학 때 워크숍에서 연극을 하는데, 다들 배우지망생들이니까 연출가를 하겠다는 사람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정말 어찌하다보니 연출을 하게 됐는데,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 연출가님이야 말로 심생 이네요. 시작은 등 떠밀려서 했지만, 연출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생을 살고 계시니까요.
이성권 : 아 그렇게 되나요? 하하
기자 : 그럼 지금은 연기는 안 하시나요?
이성권 : 아니요 저희 극단이 일본의 한 극단이랑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본에서 공연을 할 때는 그쪽의 연출가님이 있기 때문에 제가 배우로서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 배우이자 연출가, 연출가이자 배우인데... 연출가 이성권이 바라보는 배우 이성권의 연기는 어떤가요?
이성권 : 하하하하 (멋쩍으면서도 창피한 큰 웃음소리가 한참 들렸다) 아... 제 입으로 어떻게... 창피하네요
기자 : 냉정하게 판단해 주셔야 합니다~
이성권 :  ... 게으른 것 같아요. 배우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훈련을 하고 연습을 해야 하는데, 저는 연출 작업이라는 핑계로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거든요. 물론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이지만, 그래도 연기자 이성권은 좀 게으른 것 같네요
기자 : 너무 쑥스러워 하시네요. 그리고 지금 공연에 악사로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게으르면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이성권 : 부끄럽지만 타악기를 조금 배워서 참여하고 있기는 합니다.

 

기자 : 연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글도 직접 쓰신다고 하던데요?
이성권 : 네 글을 직접 쓰기도 하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열심히 썼어요. 부끄럽지만 후배들을 불러서 “내가 쓴 건데 한 번 읽어봐”라고 줬는데 그 친구들이 유심히 안 보는 거예요. 그때가 회식자리였는데, 사실 전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에 굉장히 뿌듯했거든요. 근데 친구들이 두세 페이지 넘기면서 보더니 좀 지루해 하고, ‘회식 와서 내가 왜 이렇고 있지?’라는 표정으로 대본을 보는 거예요. 그때 정말 창피하더라고요. 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자 : 하하 그래서 그 대본을 어떻게 하셨어요?
이성권 : 아무렇지 않게 쿨 한 척, 대본을 걷고 회식을 즐기는 척 했죠.
기자 : 그때 쓴 글이 어떤 작품인가요?
이성권 : 그때 쓴게 <심생>이예요. 제 처녀작이에요.
기자 : 그럼 더 애틋하시겠어요. 기억에 남을 만 하네요.
이성권 : 네. 당시에 두세 페이지 넘기던 친구들이 지금 배우로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요. 가끔 생각이 날때면 울컥 울컥 합니다. (하하 장난입니다)

기자 : 대학 때부터라고 하면 연극을 10년 넘게 하셨는데요, 변화된 점이 있을까요?
이성권 : 의상디자이너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연극을 통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면 요즘은 제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공감을 느끼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런 글들이 써지더라고요.

기자 : 어쩌면 내 주위를 살피는 것이 곧 사회에 주는 진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공연 연출가로써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이성권 :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살갑게 대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연출가의 입장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니 배우들한테 일일이 신경 쓰지 못 할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많게는 10년 넘게 함께 한 친구들도 있는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 속에서 쌓이는 것들. 특히나 제가 보듬어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든 점 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제 노력해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출가 이성권. 그는 ‘나에게 연극이란?’이라는 질문에 한참 동안 침묵을 했다. 그리고는 어렵게 ‘관객이든 사회든 배우든, 연극을 바라보고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짧은 답을 했다. 나를 돌아본다는 것. 과거형일지 모르는 그 말속에 그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빛나는 건투를 빌어본다.

 
공연 정보
7월 26~27일 심생 - 대학로 청운예술극장
8월 7~10일 심생 -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전 참가작 - 성수아트홀
8월 27~31일 이타적 식탁 - 선돌에 서다 "화학작용" - 대학로 선돌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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