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블루보틀. 그곳의 CEO 제임스 프리먼은 2002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당 구석에서 월세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블루보틀의 최대 투자자 콘라드가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혁신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크라우드 펀딩 성공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과 러브콜을 받게 됐다.

“단순함으로 본질에 집중하게 하라”

출처/블루보틀 공식 페이스북

블루보틀의 푸른 병 로고 디자인은 마치 애플의 사과처럼 직관적이다.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단순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다. 스몰, 미디엄, 라지로 나누지 않은 단 하나의 컵 사이즈, 미니멀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매장은 제임스 프리먼이 설정한 단 하나의 목적, 커피의 본질에 고객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모아진다. 

블루 보틀은 최상의 맛을 위해 볶은 지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커피콩만을 소비한다. 또 분쇄한 상태의 원두는 판매하지 않는 원칙이 있는데 분쇄를 마치면 길어야 1시간, 짧으면 90초 안에 원두의 향미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CEO 제임스 프리먼은 브랜딩이나 마케팅부터 걱정하지 말고 제품이 제대로 기능을 하느냐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본질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가 집중한 차별화된 커피 맛에 고객들은 반응했다.

“사람이 핵심이다”

출처/블루보틀 공식 페이스북

블루보틀 바리스타는 브랜드를 알리는 사람으로서 입사 후 본사에서 6주간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그들은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부터 전문가까지 모든 사람들과 대화 할 수 있어야 하며 커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 일환으로 프리먼은 산미라는 모호한 용어 대신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싱그러운 맛, 산뜻한 맛이라는 표현을 쓰라고 한다. 원두의 종류가 많지 않은 것 역시 고객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바리스타와 고객의 교감과 대화를 중시하는 서비스는 블루보틀의 특징이다.

제임스 프리먼은 ‘가장 완벽한 커피란 맛있는 커피를 고객이 즐겁게 마시도록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카페와 차별화된 공간 디자인을 생각하고 변화를 주고자 했다. 키 큰 가구, 베이커리 진열대와 각종 커피기구 등에 시선이 막혀있는 것을 단절로 인식하고 미니멀한 가구를 선택했다. 또 건축 사무소나 디자이너에게 공간 디자인을 의뢰해 친근하고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느림과 불편함, 하지만 이유 있는 고집”

출처/블루보틀 공식 페이스북

‘장인 커피’, ‘기다리는 커피’. 블루보틀의 또 다른 별명이다. 다양성과 빠름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제품으로 느림의 미학을 강조했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주문하는 순간부터 원두를 갈고 드립방식으로 천천히 물을 부어내린다. 한 잔이 완성되는데 15분이 걸린다. 느리지만 제대로 된 커피로 고유의 맛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블루보틀의 방식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 맞춰 나가는 게 아니라 오너가 자신의 철학대로 밀고 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블루보틀의 속도는 단순한 느림이 아니라 원두 본연의 향을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움직임이 모두 포함된다. 또 느린 대신 제품과 공간,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출처/블루보틀 공식 페이스북

최근 블루보틀이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에 인수되면서 그 장인정신이 훼손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블루보틀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고작 50여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일본 외에는 해외에 매장을 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블루보틀의 행보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네슬레의 4억2500만 달러 투자를 끌어낼 만큼의 성공 가치는 CEO 제임스 프리먼의 남다른 철학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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