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국내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국내외 축구를 중계하는 김태륭 해설위원이다. 그는 방송인이기 전에 과거 축구선수이자 현 ‘TNT 창천 FC’라는 구단의 단장이다. 그가 재기 전문 구단 ‘TNT 창천 FC’를 이끌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PART 1. 재기 전문구단 ‘TNT 창천 FC’ 김태륭 단장과 함께 재기합시다.

[출처_시선뉴스 DB]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축구해설하고 있는 김태륭입니다. 동시에 TNT 창천 FC 단장을 맡고 있고, 다음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입니다. 그리고 최근 두 가지 일을 더 맡게 되었습니다. 서울 현대 직업전문학교 축구전공 교수, 올리브 크리에이티브의 스포츠 단장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현재 축구와 관련된 여러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 말 그대로 ‘축구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거 축구 선수활동도 하셨다고?
아버지께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시는 바람에 7살 때 프랑스로 가서 가족이 살게 됐습니다. 그게 축구선수를 하게 된 계기입니다. 사실 그때 인종차별도 심하고 프랑스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이른바 ‘왕따’도 당해보고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축구를 접하고 난 후 재능이 있었는지 잘 챙겨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프랑스어도 빨리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처음 공찬 지 벌써 30년은 됐네요.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선수시절은 어땠나요?
저는 프로에서도 한 시즌밖에 못 있었고, 남들이 보면 정말 초라한 선수경력이지만, 사실 축구선수로서는 제법 행복한 삶을 보냈습니다. 유년 시절 및 청소년 시절 프랑스와 브라질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었고 운 좋게 단테 같은 유명한 선수와 한 팀에서 뛸 기회도 있었습니다. 축구로 대학도 가고 프로에도 입단하여 중간에 풋살 국가대표도 해보는 등 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것 같습니다. 물론 힘든 시절도 있었죠. 축구실력은 10점 만점에 7밖에 안 되는데, 머릿속은 10점이라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훈련은 왜 이렇게 하지? 효과 없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부리그에서 다시 프로 무대로 갈 기회가 있었지만 평소에 관심이 많던 행정 및 지도자 분야를 일찍 준비하기 위해 29살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 과거 선수였을 때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크게 아쉬운 것은 없지만 최근에는 ‘프로에서 조금 더 버텨볼 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축구에 대해 선수생활을 할 때만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인의 삶을 계속해서 살았다면 겪을 수 있는 경험이나 배울 점, 그리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도 짧았던 프로 시절을 회상해보면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시즌이 끝난 후 선수로서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아무리 이론적으로 공부해도 얻을 수 없는 부분이지요. 예를 들어 K본부 이영표 해설위원의 자신의 선수시절의 경험을 녹인 해설을 들으면 저도 끄덕끄덕 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M본부의 안정환 해설위원도 마찬가지고요. “과연 이 분들은 이런 멘트가 어떻게 나오는 걸까?” 고민해 보니 여러모로 선수시절 배우고 성장하는 부분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부족한 선수경력을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마도 선수시절의 간극은 쉽게 메울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우면서도 노력하는 것이죠.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TNT 창천 FC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이 팀은 2000년에 동호회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저도 창단멤버는 아니다보니 팀 이름이 왜 TNT인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아마 TNT라는 폭약에서 따 온 것 같은데, 그저 추측하는 거죠. 물론 유치한 이름이고 중간에 몇 번씩이나 ‘바꿀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축구계에 널리 알려져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팀이 발전한 계기는 제 또래 선수들이 은퇴하고 축구의 여러 분야로 들어가는데, 당시 이 팀을 하나의 축구 커뮤니티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나 해설위원, 축구 행정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데 이곳을 통해 이른 단계에 선수 생활을 그만둔 후배들이 축구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희를 보며 목표를 설정하길 바랐어요. 

- 이른바 ‘축덕’들 사이에서는 재기구단 TNT 창천 FC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2014년에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 저희 팀의 어떤 한 선수가 프로팀으로 재기를 하게 됐습니다. 겨울에 재계약이 안 돼서 당시 TNT가 동호회 식으로 일주일에 2번 운동을 하던 친구였는데, 몸 관리도 잘하고 성실해서 제가 프로팀에 추천을 했더니 테스트를 통과하고 계약이 된 겁니다. 그때부터 축구계에서 ‘이 팀에 가면 몸을 다시 만들어서 재기할 수 있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그래서 동호회 식이었던 운영방식에서 전문 감독도 필요하게 됐고 주중 훈련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재기 전문구단’이 되었습니다. 

[출처_시선뉴스 DB]

- 축구선수가 꿈인 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우선 축구선배로서 미안해요. 물론 제가 이렇게 거창하게 사과하는 것은 오지랖이 될 수도 있지만, 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낍니다. 사실 10 여 년 전 만 해도 프로 축구 선수로의 삶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프로 1군 한 경기당 승리수당이 400~500만 원, 2군 경기 승리수당은 40~50만원이었습니다. 참고로 연봉은 따로 있고 승리수당만 그 정도였으니... 지금은 수당체제가 반 토막이 난 상태입니다. 후원사, 기업이 줄고 프로 팀에 돈이 없다보니 과거 40명을 뽑던 팀은 30명으로 스쿼드를 줄이고 선수들 연봉 또한 줄어들었죠. 프로가 되기도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프로선수가 되어도 그만한 대우를 받기가 어려워졌습니다. 

- TNT 창천 FC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과거에 비해 팀들의 인내심이 작아집니다.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지켜볼 수 있는 선수도, 이제는 과감하게 방출시키는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저희 팀에는 소속된 프로팀과 재계약에 실패하여 방출된 선수들이 많이 오는데, 몇몇 선수들은 정말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크게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재기 타이밍이 있습니다. 어차피 축구를 계속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알바하면서 몸 망가뜨리지 말고 집에서라도 조금 지원받아가면서 기간을 정해 모든 것을 쏟아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재기를 위해 도전하는 기간을 정해놓고 올인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프로선수가 되면 가장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얻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을 극한까지 몰고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출처_김태륭 해설위원 인스타그램]

- 다른 구단들과 TNT FC의 차별점은? 
일단 인건비가 많이 안 들어갑니다.(하하) 저희같이 작은 규모의 구단은 연간 1억 내외면 운영이 됩니다. 지도자들과 운영스텝의 인건비, 운동장 대관비가 지출의 대부분이죠. 제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급자족형 구단이라는 점입니다. 저희의 가장 큰 수익은 인당 20만원 의 선수단 회비입니다. 부상 시 병원비, 경기 후 샤워비 등을 전액지원하고 있고 매일 훈련을 하기에 회비 액수는 합리적인 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회비로 대부분의 운영비가 처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는 몇몇 후원을 받고 있고 마이너스 난 부분은 제 사비로 메꾸고 있습니다. 이번 달도 150만원을 메웠죠...(하하)

- 혹시 집안에서 반대는 없었는지? 
그래도 옛날보다 사비 지출이 줄어든 편이에요. 저희 첫 아이를 출산하기 두 달 전에 아내가 통장잔고를 보고 울었습니다. 그걸 보고 ‘아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여기저기 후원사를 모집하기 위해 막 뛰어다녔습니다. 선수들한테도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죠. 그래서 다행히 작년부터는 제 사비가 안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번 달에 오랜만에 사비를 썼는데, 뭐 축구공도 오래 되서 새로 사고 프로팀과 원정 연습경기도 잡히는 바람에 그랬던 것 같아요. 아내가 저랑 10년 간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그런지 다행히 제가 TNT FC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많이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이 팀을 운영하면서 기뻤고 배운 게 많아 앞으로도 함께 갈 것 같습니다. 

[출처_시선뉴스 DB]

- 해설위원과 단장을 겸임하고 계신데, 스케쥴 관리는 어떻게?
주위에서 도와주니까 가능한 일이죠. 지금 TNT는 완벽히 시스템화 되어있습니다. 제가 2016년 까지는 A팀에 직접 나가서 감독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비용이 들어도 ‘감독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제 업무 스케줄이 코칭과 병행이 안 될 정도로 바빠져서 운동장에 나갈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웃긴 게 아무리 형식 상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들을 관찰도 안 하는데 명단을 짠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제 머리 속에서 ‘얘는 그동안 잘해왔던 친구지’라는 편견으로 선발을 정하게 되면 팀의 원칙이 깨지니까 따로 감독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는 선수들 실력이 계속 향상이 돼서 저보다 선수들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감독이 필요했죠. 작년에는 포르투갈 출신 마리우 레모스 감독이 팀을 맡았고, 올해는 프로에서 다년간 활동한 김근철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레모스 감독은 저희팀을 거쳐 지금은 말레이시아 1부 리그 프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TNT FC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저희 분명 더 잘 될 거에요. 작년에 K리그 ‘R리그’라고 2군 리그가 있는데, 거기에 참여를 시도 했고 실제로 연맹에서도 이사회까지 열면서 구체적으로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참가가 무산이 됐습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재기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R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면 좋은 스토리와 시스템이 될 거라 믿어요. 경기력이 좋으면 프로와 계약 할 수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되죠. 물론 찬성표도 많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이 있어 저희는 앞으로 내실을 다지고 더욱 성장해 재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축구와 인연이 많은 법무법인 창천에서도 팀을 후원하고 있고 올리브 크리에이티브, QMIT 등 축구 관련 기업에서도 저희에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을 개발 중인데, 올해 시작한 부분이 바로 영어교육이거든요. 이제는 선수들에게 축구외의 것, 축구 은퇴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 그런 부분들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잘 유지되도록 노력해야죠.

[출처_시선뉴스 DB]

- 김태륭에게 ‘TNT FC’란?
애증의 관계입니다.(하하) 이런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애증관계’가 적절한 것 같습니다. TNT에 많은 것을 쏟았고 지금은 저에게 준 게 더 많습니다. 물론 TNT 때문에 열 받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아서 가끔 놓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지만, 운동장에 나가서 함께 땀 흘리고 누구하나 재기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굉장한 보람을 느끼죠. 음, 이제는 뭐 중독됐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못 놓아요. 계속 끌고 가야죠. 

그의 축구선수시절부터 TNT FC 단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프로축구 선수들의 현실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곧 개막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김태륭 해설위원이 생각하는 대회 관전 포인트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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