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2017년 여름,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는 귀신을 소재로 한 영화 <장산범>이 색다른 공포감을 주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장산범>에 등장하는 귀신 ‘장산범’은 한 번 들은 목소리를 그대로 모사해 주변인물을 현혹시키고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존재인데, 최근에 이러한 장산범과 같은 수법의 사기 행각이 발각되어 큰 충격을 주었다.

여성 가족과 지인의 휴대전화로 대출을 신청해 1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30대 남성 A 씨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대출을 신청하면 걸려오는 금융사의 확인 전화를 교묘하게 여성의 목소리를 내어 넘어가는 장산범과 같은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경악케 했다.

[사진/영화 <장산범> 포스터]

3일 부산 중부경찰서는 사기/절도 등의 혐의로 A(34)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가족/지인 휴대전화로 몰래 인터넷은행에 접속해 모바일은행 계좌를 트고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모두 13차례에 걸쳐 1억 23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무려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A 씨는 대출 신청 과정에서 대출회사 직원에 확인 전화가 오면 코를 막고 여성 목소리를 내 본인 확인 절차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범죄자 A 씨의 범행 수법 자체가 놀랍기도 하지만, 어떻게 변조된 목소리만으로 ‘본인 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큰 액수의 돈이 대출되었는지가 더욱 경악스럽기만 하다.

범행 수법으로 미루어보아, A 씨가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해 각종 비밀 번호를 미리 알아내고 공인인증 절차를 받는 등 모바일에서의 인증 절차를 마쳤을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의 보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아무리 그러한 모바일 인증 절차를 맞췄다고 하더라도 금융사가 실질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그렇게 목소리의 분위기로만 판단했다는 점이 참 놀랍고도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 개인정보유출 문제와 피싱/파밍 등 보안 상태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실정에 여전히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금융 여건 실태가 아쉽기만 하다. 특히 큰 금액의 대출을 위한 본인 확인 철차가 고작 목소리를 듣고 몇 가지 정보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은 현재 금융 기관과 당국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와 더불어 현재 빠른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 역시 ‘복잡한 인증 절차’ ‘여러 번 되묻는 확인 절차’ 등에 대해 귀찮게 여기고 고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 역시 금융 보안에 입각해서는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 안전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과 함께 범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기관과 정부, 기업 그리고 모든 국민의 대대적인 보안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남을 흉내 내는 등 교활한 수법만으로 타인의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이 같은 영화 같은 범죄가 다시를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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