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학창 시절 교과목 성적은 참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 상급 학교의 진학에 있어서도 그렇고, 먼 훗날 취업을 할 때에도 그 놈의 성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성적에 예민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1점’을 두고도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광주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성적을 둘러싼 예민한 사건이 벌어져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해당 학교 교사가 중간고사 답안지를 분실해 학년 전체 학생이 그 과목의 시험을 다시 치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사진/픽사베이]

지난 15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번 ‘예민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앞서 지난 4일 광주의 한 여고 2학년 A반에서 중간고사 영어 시험이 치러졌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3일 뒤 채점과정에서 영어 주관식 답안지 5장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되었다. 학생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했을 답안지 중 5장이 사라진 것.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교실과 교내 쓰레기통 등을 파헤쳤지만 결국 답안지를 찾지 못했다.

이후 비상이 걸린 학교는 지난 8일 해당 학교 교사들을 모아 학업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해결책을 궁리했고, 결국 답안지가 사라진 영어 과목의 주관식 시험을 해당 학년이 전부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곤 이틀 뒤인 10일 오전 1교시에 2학년 전체 273명이 실제로 재시험을 봐야 했다.

도대체 사라진 5장의 답안지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학교 측은 해당 학급 시험 감독 교사가 시험이 끝나고 답안지를 걷어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5명의 주관식 답안지를 여분의 시험지로 착각해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뭐 실수로 벌어진 일이고 한 두 명의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재시험을 치렀기에 ‘불미스러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 역시 반발에 나섰다. 안 그래도 예민한 성적인데, 또 다시 전체 학생이 시험을 본다면 분명 원래의 시험결과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시험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이 다시 시험을 보면 1개 틀릴 수 있고, 10개 틀린 학생이 훨씬 많은 문제의 정답을 맞출 수 있는 등 아무래도 학생들의 성적과 등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 실수라지만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재시험으로 시험 성적이 바뀌고 내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두 번 본 시험 가운데 좀 더 나은 성적을 인정해주도록 하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현 제도 안에서는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성적.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시험 관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정기 감사 등을 통해 해당 학교와 교원의 학생 평가 적정성에 대해 살펴보는 등 학생들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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