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어벤져스:인피니티워>의 개봉 후 끊이지 않는 ‘오역 논란’. 외화는 번역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과 그들의 언어습관, 문화, 영화의 흐름 등이 전부 반영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벤져스:인피니티워> 번역의 경우 오역 부분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원래 대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 영화를 이해하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첫 번째, “sorted half of my people” 전부가 아닌 절반!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바로 토르와 가디언즈 무리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다소 무거운 내용의 이번 어벤져스에서 웃음코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진/마블(marvel) 코리아]

그런데 이 중요한 장면에서도 큰 오역이 있어 흐름 자체를 180도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 영화에서 토르는 가디언즈와 만나 타노스가 라그나로크(토르의 행성)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하는 부분에서 “sorted half of my people”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절반을 죽였다”는 의미로 전작인 <토르:라그나로크>에서 타노스가 토르의 행성에서 절반의 사람들을 죽인 것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번역가는 이를 “모두 죽였다”라고 오역해 놓았다. 이는 ‘절반을 죽야 한다’는 타노스의 사명에 혼동을 불러오고, 라그나로크의 용맹한 전사인 ‘코르그’와 ‘발키리’의 후속편 등장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We're in the end game now" 어벤져스의 희망 훼손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영화가 극에 다다르는 순간, 타노스의 손에 어벤져스에서 막강한 능력자인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가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을 구하기 위해 타노스의 손에 들어가면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 ‘타임스톤’을 넘겨준다. 그러면서 원망하는 아이언맨을 향해 "We're in the end game now"라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뱉는데, 이 역시 번역가의 ‘end game’에 대한 오역으로 의미가 상당히 훼손되었다.

[사진/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스틸컷]

end game은 주로 체스 게임 용어로 사용되며 ‘마지막 단계/방법’ 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번역가는 이를 “이제 가망이 없어”라고 마치 포기한 듯 오역해 놓으면서 ‘마지막 단계’ 즉 유일한 방법을 위해 일부러 타노스에게 스톤을 넘겨줬을지 모를 열린 결말을 아예 닫아버리고 말았다. 

실제 앞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미래를 보는 장면에서 “14,000,605개의 미래 중 오직 1가지만 타노스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언급한 것을 미루어 보면 그 1가지 방법을 위해 스톤을 일부러 넘겨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닥터 스트레인지가 사라지면서 "There was no other way(다른 방법이 없었어)"라고 말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향후 어벤져스의 승패, 그리고 생사와 관계없이 영화적 상상과 가능성을 훼손한 것이라 비판이 뜨겁다.  

세 번째, "Mother fu..." 오역이 만든 느닷없는 신파극

<어벤져스:인피니티워>의 오역은 영화 내용뿐만 아니라, 다음 편을 예고하는 쿠키영상에도 등장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영화 <어벤져스> 스틸컷]

타노스의 마지막 공격으로 인류 절반이 증발해 버리는 상황, 거기에 어벤져스 대원이라고 포함되지 않을 수 없기에 쿠키영상에서는 어벤져스 군단의 수장이었던 닉퓨리와 유능한 대원이었던 마리아 힐 역시 사라지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때 인류 최대의 위기 앞에서 닉 퓨리가 어떤 호출기를 집어들며 "Mother fu..."이라며 다급함을 표현했다. 그런데 자막에서는 이를 “어머니”라고 오역하는 통에 일부 관객은(실제 필자의 경우) ‘죽음 앞에서 어머니께 연락하려는 거구나’ ‘마블에서 닉퓨리는 효자 캐릭터 였구나’ 하는 황당함 속 느닷없는 먹먹함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온 닉 퓨리의 욕설로 다급하게 호출기를 통해 어딘가로 ‘위기상황’을 알리는 것이었다.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영화 인기보다 뜨거운 오역 논란. 영화적 해석을 훼손하는 큰 오역 실수인 만큼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잘못 된 부분을 수정하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지만 영화는 그대로 상영되고 있다. 이번 작품 외에 다른 마블의 작품에서도 치명적인 대사의 오역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영화를 오래 기다려 온 팬으로서 다시는 이런 오역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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