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김미양] 미투 열풍과 함께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펜스룰(여성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 여성 차별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펜스룰의 모태가 되는 ‘모데스토 선언’의 본래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다를까?

모데스토 선언(Modesto Manifesto)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복음주의 운동을 이끈 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말에서 유래했다. 당시 유명 목사들은 가족과 떨어져 선교 및 집회를 다니면서 여성들의 성적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돈과 권력 등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레이엄 목사는 목사들의 이런 나약한 모습에 대해 비판하며, 1948년 캘리포니아 모데스토 지역의 한 집회에서 “타협이나 의혹을 일으킬만한 어떤 상황도 피하라”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속세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아내 이외에 어떠한 여성과도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했는데, 이 선언을 ‘빌리 그레이엄 룰’ 혹은 ‘모데스토 선언’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펜스 부통령의 ‘펜스룰’과 그레이엄 목사의 ‘모데스토 선언’은 어떻게 다를까? ‘펜스룰’과 ‘모데스토 선언’ 모두 자신의 결심을 주변에 알려 의지를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태도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모데스토 선언’은 여성의 성적유혹, 돈, 권력 등 속세에 대한 모든 유혹을 금하는 종교적인 ‘자기 검열적 태도’에 가까운 반면, ‘펜스룰’은 직장 내 여성과의 악수나 대화, 스킨쉽 등 접촉을 일절 금하여 오해받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자기 방어적 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펜스룰은 여성을 남성의 위협적인 존재로서 인식한다는 점에서 왜곡된 모데스토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모데스토 선언은 여성을 위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양심과 도덕성을 지키고자 아내 이외의 여성들과 접촉을 자제는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남성들이 “성폭력 의심을 받을 경우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매도당하는 경향이 심하기 때문에 이성과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자기보호 수단”이라고 밝혔다.

많은 남성들이 펜스룰에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사회적인 여성 차별구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데스토 선언의 그 순수한 의미에 따라 여성을 위협적인 존재보다는 자신의 양심을 투영하는 존재로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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