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참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인 불법 도박. 과거 불법 도박의 행태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빚어져 그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검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달라진 시대에 따라 이마저도 달라져 온라인에서 교묘한 수법으로 자행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불법 도박 온라인 사이트는 발각이 어렵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유명 잡지사나 대형마트 등 정상적 홈페이지인 것처럼 사이트를 꾸민 뒤 실제로는 회원제 방식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 명 한 명 가입자 수를 늘려왔던 이 사이트에는 무려 2188명의 회원이 있었고, 5400억 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3일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에서 5400억 원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총책 이모(41)씨 등 1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불법 도박 사이트는 단속을 염려해 사이트 첫 화면을 외국 유명 잡지사나 국내 대형마트인 것처럼 꾸며 불법 도박행위를 벌여왔다.

경찰 수사 결과 이 모씨 등 일당이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겉보기에는 대형마트 같은 합법 사이트로 보이지만, 가입 회원이 로그인을 하면 도박 사이트로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처럼 대형마트로 위장한 탓에 이 불법 도박 사이트는 ‘논현동 마트’라는 은어로 불리기도 했다.

이들의 교묘한 범죄 수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서버를 일본에 두고 사무실은 중국에 둔 채 영업은 한국에서 한 것은 물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4년 단위로 5~6차례 웹사이트 주소 등을 바꾸는 치밀함도 보여 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무려 2년에 걸친 경찰의 수사 끝에 덜미를 붙잡혔다. 먼저 지난 2016년 10월 검거된 공범 이모(39)씨 등 사장단 조사 과정에서 총책의 존재가 드러났는데, 이들이 구치소에 들어간 뒤에도 사이트가 계속 운영되는 것을 본 경찰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추가 수사를 벌였다.

그렇게 추적 끝에 경찰은 지난 2월 서울 삼성동의 한 수산물 프랜차이즈 사무실에서 총책 이 씨를 붙잡는 등 운영에 가담해 온 19명을 검거했다. 특히 총책인 이 씨는 이 업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음에도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평균 130여 명이 접속해 최대 2200만 원의 도박 자금을 충전하며 운영되온 불법 도박 사이트. 특히 판돈이 크다 보니 많은 회원들이 수억 원의 손실을 입기도 해 이 씨 등 일당은 5년간 무려 100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운영진들의 장부·계좌 등을 추적해 토지/채권/주식 등 16억 원 상당의 재산을 몰수했고 주거지에 있던 고급 승용차도 압수한 상태다.

마약과도 같이 무서운 중독성으로 우리 사회의 암덩어리가 되어 온 불법 도박. 특히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범죄 수법이 나날이 고도화되어 가는 만큼 경찰의 효과적인 단속과 정부의 불법 도박 근절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불법 도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무서운 재앙이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개인의 주의가 항상 굳건하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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