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정선, 김미양]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랐지만 더디게 흘러가거나, 어른이 되서는 시간이 늦게 흘러가길 바라지만 도리어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리는 것 같은 기분.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분명 같지만 개개인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시간수축효과’라고 한다.

시간수축효과는 ‘폴 자네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가 이와 같은 내용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50세가 된 사람의 10년은 5살 아이의 1년, 1살 된 아이의 1일은 50세의 50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현재 보내고 있는 시간은 길고 지루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어렸을 때는 경험한 것이 많지 않아 매일 벌어지는 일에 신기함과 새로움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기했던 일들은 일상적인 일로 변해 감흥이 무뎌지며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게 된다. 이렇게 아무 사건 없이 지나간 시간들은 기억에서 지워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혹은 노화와 함께 생체시계가 느려져 실제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피터 망간(Peter Mangan)’은 이를 뒷받침할 실험을 한 바 있다. 20대 학생과 60~80세 사이의 노인을 대상으로 3분을 마음속으로 가늠하게 한 뒤 각각 3분이 지난 후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20대 학생들은 평균 3분 3초, 60~80세 사이의 노인들은 평균 3분 40초에 버튼을 눌러 실제 생체시계가 느려진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생체시계가 느려지는 이유로 행복이나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영향을 미친다는 설이 있다. 도파민은 약 20세에 가장 많이 분비되다 10년마다 5~10%씩 감소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행복이나 쾌락이 점차 줄어들어 일상이 지루하고 시간이 빨리 가버린다고 느낄 수 있다.

이밖에 ‘망원경 효과’도 시간수축효과와 관련이 있다. 망원경 효과는 최근에 있었던 일은 실제보다 좀 더 과거에 일어났다고 기억하고,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은 좀 더 최근에 일어났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 사건과 최근 사건 사이의 시간이 축소되며,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이 실제보다 빨리 흘러버린 것 같이 느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시간을 10대는 시속 10km, 20대는 시속 20km, 30대는 시속 30km로 달린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시간의 길이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빨리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면 좀 더 더디게 시간이 흐를 수 있도록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경험과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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