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빡빡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무서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아픔을 품고 있는 연출가 황선택. 야구선수에서 극단 ‘골목길’의 배우로, 그리고 연출가로 성장한 그의 삶 이야기. 거침없이 들여다보자.

기자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선뉴스 구독자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려요
황선택 : 시선뉴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황선택입니다. 꽃향기 맡으며 기분 좋은 하루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연극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힘이 느껴지는 듯 했다)

기자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황선택 : 5월 공연 앞두고 연습중에 있고요.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돈도 필요하니까 후원 받기위해 여기저기 뛰어도 다니고 대본도 수정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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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제가 연출가님의 지난번 작품을 봤어요. <형민이 주영이>라는 작품이죠.
황선택 : 아 네. 감사합니다. 하하

기자 : 굉장히 외롭고 슬프고 고독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공연이었어요. 이번엔 어떤가요?
황선택 : 외로움과 결핍...?! 하하 비슷하네요. 우선 <휘파람을 부세요>라는 작품이에요. 사회 부적응자인 남편과 그런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다 받아주며 집에만 있는 아내. 그런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일어나게 되는 해프닝이에요. 반전이 있어서 내용을 다 말씀드리진 못하겠네요.
기자 : 그런가요? 반전을 알기 위해서라도 공연을 꼭 보러 가야겠네요. 하하

▲ 연극 '휘파람을 부세요' 포스터

기자 : 원래 배우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황선택 : 네 사실 고등학교때 야구를 하다가 그만두고 뭘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에 친구 따라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무기력하게 살던 제가 ‘재미있다’라는 것을 알게 됐죠

기자 : 아 그래요? 근데 저는 극단 ‘골목길’에 들어가기 위해 연출가 박근형씨를 거의 스토킹 하듯 따라다녔다고 들었는데요?
황선택 : 네 그것도 맞아요! 어떻게 그런걸 아시지? 하하(폭소) 무대전환하는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골목길의 갈매기라는 작품을 보게 됐어요. 친구따라 연극을 시작은 했지만 전 사실 연극을 잘 몰랐거든요. 근데 그 연극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찌릿찌릿 한거에요. 그래서 무작정 연출가의 사무실을 찾아서 갔어요. 사실 그때는 박근형 선생님도 몰랐어요.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기다리고 삼일을 기다리니까 연출가가 누군지 알겠더라고요. 마침 그 분이 집에 가는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따라갔어요. 따라가니까 선생님이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기자 : 뭐라고 하셨나요?
황선택 : 연극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언제부터 있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3일 됐다고 했더니 첫째날 둘째날 뭐했냐고 물으시길래 쭉 말을 했죠. 그랬더니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골목길에서 배우를 하게 된 겁니다. 골목길에 있는 동안에 선생님 말도 많이 안 듣고 방황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연극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박근형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 야구선수에서 극단 '골목길'의 배우로. 그리고 지금은 연출가로 거듭난 위풍당당 황선택 연출가

기자 :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골목길인데... 어쩌다 연출, 기획까지 하게 되신 건가요?
황선택 : 뭐.. 거창한건 없고요. 같이 연극을 시작한 친구가 어느날 저희집에 울면서 찾아온 거에요. 연극을 너무 하고 싶은데 불러주는 곳이 없다고... 그래서 친구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내가 만들어보자고 해서 처음으로 시작을 했었죠. 거창한건 없어요. 하하

(즉흥적인 이 사람. 뭔가 저돌적이다)

기자 : 이번 5월 공연. 못 할 뻔도 했다고 하던데요?
황선택 : 네. 공연장을 못 구해서 힘들었어요. 처음에 수익 5대 5로 하는 공연장에서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공연장에 돈을 내고 한다는 곳이 나타난 거에요. 그래서 저희는 공연장이 없어져 버린 거죠. 그러다가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공연장을 구하게 됐습니다.

기자 : 속상해서 술도 많이 드셨겠어요.
황선택 : 하하하 네 술 많이 먹었죠. 근데 의지가 있으면 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주 한 병 살 돈도 없어서 힘든 날도 많았는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극장도 저렴하게 구하게 되고 포스터 제작도 공짜로 해주시는 분들도 생기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어렵지만 그렇게 공연을 하고나면 물질적인것과 관계없이 뿌듯하고 기쁨이 있더라고요.

기자 : 그렇군요. 훗날 더 많은 응원과 격려와 지원을 받으며 좋은 공연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황선택 연출가님과 인터뷰를 하기 전에 주변분들게 연출가님에 대해서 좀 물어봤는데 다들 ‘돌+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황선택 : 하하하하하하하하(폭소)

기자 : 하하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황선택 : 하하하 맞는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휘파람을 부세요' 초연 당시 모습
▲ '휘파람을 부세요' 초연 당시 모습

기자 : 평소 공연 홍보는 어떻게 하세요?
황선택 : 특별한 방법은 없고요. 저희는 정확히 극단이 있는게 아니라서(현재 황선택씨가 공연 하고 있는 팀은 해적이라는 단체다) 문화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지 못해요. 그래서 그냥 대학로 여기저기에 포스터를 붙여서 알리고 있어요. 근데 그러면 벌금이 나와요. 하지만 저희로써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벌금을 내면서도 포스터를 붙여서 알리고 있죠. 좀 힘듭니다. 하하

기자 : 포스터나 전단지를 붙이는 것이 불법은 맞지만, 사실 대학로! 하면 공연. 특히 연극. 연극! 하면 대학로 아닌가요? 어렵게라도 연극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더 폭넓은 지원과 홍보가 좀 필요할 것 같네요.
황선택 : 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예전보다 포스터도 많이 안 붙여요. 예전의 문화와 느낌들이 많아 사라졌죠.

기자 : 아이러니 하네요. 연극을 지속적으로 지키고 이어나가야 하는 장소인데 말입니다. 그럼 포스터 붙이다가 생긴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황선택 : 하하하 현장에서 걸린 적이 있어요. 그래서 재판 받으러 간 적 있어요.

기자 : 정말요?
황선택 : 네. 사실 벌금이 원래 5만원인데 판사님이 너그러우셔서 3만원에 해주시더라고요. 하하(폭소) 그래서 3만원 냈어요.

기자 : 불행중 다행인 건가요? 하하하 지금 옥탑방 사시죠? 연습장이 따로 없어서 그곳에서 연습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황선택 : 네 근데 주인아주머니가 방을 빼라고 하셔서요...하하

기자 : 네? 공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어디로...
황선택 : 아주머니가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 일을 하시는데 저희가 낮에 공연준비하고 그러는게 많이 시끄러우신 가봐요. 하아.. 앞이 깜깜합니다.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기자 : 더 좋은 보금자리로 이사하시길 바랍니다...
황선택 : 네. 하하 ^^;

▲ 그의 사랑스러운 보금자리 옥탑방에서 촬영한 휘파람을 부세요 포스터 사진. 비록 휴대폰으로 촬영한 포스터지만 그들의 영혼만큼은 그대로 전해진다.

(참.. 나에겐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인데 이 사람 왜인지 자꾸 웃기만 한다. 긍정적인 것일까 아니면 웃음으로 힘든 시간을 덮어버리는 것일까)

기자 : 황선택 연출가에게 연극이란 뭔가요?
황선택 : 연극이요? ......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유일한 소통창구(?!)인 것 같아요.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회 풍자 등을 통한 세상과 또 사람들과의 거침없는 소통창구인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상업연극도 많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어떤 곳은 공연티켓 예매가 시작되면 자체적으로 모든 표를 구매를 한데요. 그럼 구매1위로 등급이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니까 구매했던 표를 환불을 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해요.

저는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제가 걱정 되는건 그런 식으로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연극에 대해서 실망할까봐 그게 우려스럽고 안타까워요. 풍자와 시대의 소통창구가 퇴색되어 버리는건 아닌지 걱정 되요.

기자 : 연출가님같은 마음으로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은 있는것 같습니다. ^^
자. 단체 해적의 팀원들,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선택 : 저희가 다 삭발을 했어요. 타자가 안타를 못치면 몸이라도 맞고 1루에 나가자 이런 마음가짐인 건데요. 잘 못하면 근성이라도 있어야죠~ 하하 물론 다들 열심히 잘 하고 있지만 좀만 더 기운내서 근성을 가지고 공연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직은 삭발을 하기 전인 해적 단체들의 모습. 순수한 웃음과 예술의 향기가 나는 듯 하다.

기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황선택 : 아직은 많이 미흡하지만 차근차근 대중들에게 다가가서 좋은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죠. 연극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는 “연극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인터뷰의 시작과 끝을 알렸다. 조금은 거친, 순수한 마성이 느껴지는 연출가 황선택. 연출가로서 그의 세 번째 공연이자 재공연인 ‘휘파람을 부세요’. 반전의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길 기대해 본다.

▲ 연극 '휘파람을 부세요' 포스터

공연 정보
일시 : 2014년 5월 8일 ~ 5월 23일 (쉬는날 없음)
장소 : 한성대역 극장 ‘봄’
시간 : 평일 20시 / 토요일 16시, 19시 / 일요일 1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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