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정선] 최근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와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유추되는 구체적인 내용의 문건이 발견돼 파문을 일으켰다.

발견된 문건에 의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을 빌미로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된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던 것이었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2심 판결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맡는 법원을 말한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민/형사 등 일반 사건은 상고법원이 맡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등의 사건은 대법원이 맡아 심리해 판결하게 된다.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대법관의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2014년 기준 37,000여 건의 상고사건을 다뤘다. 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이 14명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이다. 

상고법원을 설치하게 되면 상고사건 중 개인 간의 다툼은 상고법원이 담당하게 되어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대법원도 사회에 영향을 주는 사건에 대해 이전보다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더욱 공평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고법원으로 인해 하급심이 부실해지고, 국민들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상고법원으로 인해 현재의 3심제도가 특별상고 등으로 인해 사실상 4심제도가 되어버려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상고법원 제도 도입 의도가 국민들의 이해관계보다는 대법원의 권위 유지 및 향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상고법원을 설치하게 되면 상고법원 판사라는 고위법관이 더욱 늘어나면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권위가 더욱 확고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상고법원은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처리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원고 또는 피고가 상고를 희망할 때 대법원이 원심판결 기록과 상고 이유서를 토대로 상고 허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제도)와 상고법원제 도입을 주장하며 상고법원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국민의 권리와 대법관의 공정한 판결을 돕기 위해 도입이 주장되는 상고법원. 하지만 동시에 상고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해 할 수 있고 권력자들의 권력 향상에 이용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을 지닌 제도이다. 따라서 만약 도입된다면, 그 폐단을 막기 위한 제도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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