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최지민] 최근 대형병원의 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국민들이 큰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바로 ‘태움 문화’ 때문입니다.

태움 문화에서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주로 대형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의미를 풀어보면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뜻합니다.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간호사 이직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그 특성상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조금의 잘못도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간호사 간의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지며 폭력이나 욕설, 인격 모독 등이 가해졌고 ‘태움 문화’라는 고질적 병폐를 낳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비단 간호계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미투 운동과 함께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 역시 태움 문화의 한 분류로 볼 수 있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교육하고 관심을 표한다는 행동으로 벌이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 23일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이 신입직원의 교육 및 훈련을 근로의 일환으로 정의하고, 강제적이고 폭압적인 교육 및 훈련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했습니다.

물론 현재도 신입직원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 등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태움 금지법을 이용해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법은 인간의 최소한의 도덕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의 규율과 위계질서를 위한 교육과 행동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강제적으로 법률이 생기는 것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성숙한 인식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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