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최지민]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한 해, 나아가 한 시대의 경제 흐름을 짚어내기 위해서는 그 시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현 시대의 주된 소비층인 20~50대들은 불신, 불안, 불황 즉 3불 시대에 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는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었다.

가성비는 가격 대 성능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가격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성능, 효용성의 가치들이 어느 정도인지 따지는 것이다. 이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은 브랜드보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 서비스들을 찾기 시작했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계속되는 저성장과 3불 시대에 맞서 또 다른 소비, ‘가심비’가 떠오르고 있다.  

‘가심비’는 가격 대 마음(心) 비율을 뜻한다. 즉, 가격 대비 소비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만족감을 나타낸다. 가심비는 성능과 효용성을 넘어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단순히 물건을 사는 물질적 만족감을 넘어 심리적인 만족감을 원하는 구매방식이다. 살기 팍팍한 사회상황에 가성비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더욱 큰 안정감과 만족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심비는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지불해도 구입했을 때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구매가 이뤄진다. 이런 소비 성향은 살충제 계란/간염 소시지 파동,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 위생도구 및 식품에 포함된 유해물질 등 지난해 유독 불거졌던 건강과 직결되는 안전문제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가심비 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가격이 더 비싸도 안심하고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구매한다.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이 일어났을 때 가격은 더 비싸지만 천연소재로 만들어진 생리대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때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한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어도 마음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캐릭터, 취미 생활에 아낌없이 돈을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키덜트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드론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과 아이돌 상품에서 시작된 굿즈 문화가 영화, 드라마, 소설,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사회적 약자를 돕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들은 소비하는 순간 ‘만족한다, 좋은 소비였다’라는 즉각적인 위로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만족에 입각한 비효율적 소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이지만 이를 먹고 병이 나았다고 하는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측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심비 구매가 저성장 시대에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즉각적 위로만 받으려고 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정한 위로와 만족을 주는 소비 대 순간 반짝 위로가 되는 소비. 가심비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소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소비습관을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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