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열리는 지방선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바로 그동안 공론화되어 온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대통령 선거 때의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

황우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기초 지방선거 공천 폐지가 위헌이라면 철저한 상향식 공천을 통해 (공천의) 폐해를 말끔하게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위헌’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새누리당은 기초 단위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에 대하여 ‘위헌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안에 수많은 법조인들이 있는데, 위헌인 줄도 모르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느냐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위헌론’은 공약 번복을 위한 하나의 명분이고, 사실상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는 게 더 좋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공약 후퇴라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당 대표가 기초 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현행대로 하겠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역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내심으로는 반대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당공천제가 있기 때문에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들을 사실상 낙점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그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문제에 민감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의원들이 반대 혹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보니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요컨대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속으로는 현행대로 할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어느 누가 속내를 먼저 드러내느냐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무엇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때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일까?

원론적으로는 장·단점이 당연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정당공천제에 따른 폐단이 크게 노출되어 왔다. 정당 공천을 통해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자신들의 소신보다는 자기에게 공천을 준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어 온 것은 정당 공천 과정에서 음성적인 돈이 오고간다는 점이다. 실제 이 문제로 입건된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는가? 이런 폐단 때문에 기초 단위의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현행의 정당공천제를 많이 반대하는 편이다. 국민 여론도 정당에 대한 불신이 깊다 보니 아무래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개혁 차원에서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나왔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 단위의 정당공천제 폐지로 좀 더 나은 지방자치가 가능할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일단은 후보들이 난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들끼리 연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현행 제도 아래에서보다는 후보들이 더 많이 출마를 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가 많다는 것은 얼핏 바람직한 일면이 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선거가 혼탁할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품 선거와 같은 과거의 관행들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농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권자 수가 작은 시골은 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정당 공천의 경우는 과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는 반면에 자격 없는 후보를 일차적으로 거르는 기능을 하게 되는데, 정당 공천이 폐지되면 이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선거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죠. 이것은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정당 공천 폐지에 따른 문제점이 없을까? 일각에서는 지역 토호들이 당선될 가능성을 꼽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역에 강한 기반을 둔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것이지만, 지역에서 많은 자산을 통해 지역의 맹주로서 군림해온 사람들이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이다. 1991년에 지방자치제가 부활할 때도 비슷한 걱정을 한 적이 있었다. 정당 공천제가 정치권의 실세들이 군림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당 공천제가 폐지되면 지역의 맹주들이 군림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쁘고 덜 나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정당 공천제의 폐지가 능사가 아님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더라도 각 후보들이 각종 홍보물에 정당원임을 표기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행법으로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각 정당들이 사실상 ‘내천’의 형식으로 자기 당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이다. 어떤 정당은 단일 후보를 내천하는데, 어떤 정당은 후보들이 난립하는 사례도 충분히 발생할 수가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진보 진영은 단일화를 성공시킴으로써 진보 진영 인사가 당선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 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은 황우여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기초 공천 폐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민주당도 내심으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입장이 반영되어서도 그렇고, 새누리당이 약속을 위반함으로써 이를 정치 이슈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다소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현행대로 될 경우 중요한 것은 각 정당들이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느냐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 정당 공천이 투명하고 공정하다면 정당공천제 폐지 얘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주요 정당들의 공천이 투명하지 못했고 공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황우여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안한 것이지만, 이것 또한 폐단이 적지 않다. 그동안 보셨다시피 돈과 향응이 난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예전처럼 시·도당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후보를 정하되, 과거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국회위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원칙과 기준 또한 더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천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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