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정선] 지난 11월 9일, 제주의 한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압착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 18세 특성화고 학생인 이모군이 열흘 만에 사망해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업체 직원이 한 명도 없었고, 이 때문에 비난의 여론은 거셌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전주에 있는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모양이 콜 수를 못 채웠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실습은 어떤 제도이길래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이 야기된 것일까? 

현장실습제도는 1963년 학교의 교육기자재 부족 해소를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1993년에는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따라 3D 업종에 인력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현재는 기업과 학교 간의 산학 협력을 통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인력과 시설 설비 등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호 호혜적인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고 경험하여 다양한 직업적 체험을 하고 산업현장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기업과 학교, 학생에 따라 현장을 체험하는 학습을 하거나 산업체에 파견되어 하는 현장실습 등으로 운영된다.

특히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주로 학교와 기업 간의 협약을 통해 파견되는 학생들에게 해당 업체에 취직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특성화 고등학생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장실습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실습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체험’을하고 ‘적응’을 하는 것이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과 연계되어야 하고 근로가 아닌 학습과 경험에 중점을 두고 현장지도교사 또는 숙련기술자의 지도와 감독 하에 체계적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의 형태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 실태는 현장실습을 이용해 기업은 값싼 인력을 부리고 학교는 학생들의 취직률을 높여 좋은 평가를 얻으려 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실습생들은 기업과 학교 양측에게서 아무 관리도, 보호도 받지 못 한 상태로 위험한 업무를 하거나 육체적, 심리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다 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 

산학이 협력하여 특성화 고등학생들의 취직에 도움을 주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취지에서 현장실습은 거의 대체할 수단이 없는 교육과정이다. 하지만 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그저 각각의 목표를 위한 소모품으로 보는 시각이 큰 문제가 된다. 

도구가 좋아도 쓰는 사람들이 잘 못 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일련의 사고들로 인해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를 논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로 인해 어찌 보면 취직이 일정부분 보장되어 있는 이 현장실습을 기다리던 다른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박탈되는 위기가 오고 있다.

뜨거운 감자가 된 현장실습. 정부와 교육부는 과연 이 죽음의 현장실습을 어떻게 슬기롭게 처리할까?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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