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대한민국 시계
멈춰버린 대한민국 시계
  • 보도본부 | 정광윤
  • 승인 2013.11.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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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정광윤]   흔히 ‘역사는 흐른다.’고 한다. 사람은 쉬이 늙고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 만고불변의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세상사 모두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변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존의 관행이나 제도로부터 혜택을 누리거나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동안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지배 세력이 마지못해 변화를 도모하더라도 그것은 본질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이거나 지배자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옛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 ⓒ 시사교양 전문미디어-시선뉴스
   2008년을 전후로 하여 지구촌을 강타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것을 경기 흐름상의 하강 국면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문제점이 심각하고 처방 또한 만만치 않음을 우리는 생생이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작금의 곤란은 자본주의 혹은 산업문명의 근본적인 모순을 노정하는 것으로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위기 국면이 장기화될 것 같다. 세계 자본주의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생산력의 비약적인 확대를 가져올 수 있었지만, 다수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저소비 풍조로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물신주의의 지배를 상쇄할 정신문명의 쇠퇴로 발전의 동력과 정당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글로벌 차원에서 지역별․부문별 균형 발전과 기업의 준법의식, 고삐 풀린 금융권에 대한 견제 장치의 강화, 이를 포함한 세계 자본주의의 건강성 도모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글로벌 중심 기구인 G20 회의는 대증적인 요법에 대한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그만큼 글로벌 지도자들조차도 작금의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근시안적이고 안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이 풍부하고 기후 조건이 온화하는 등 사람이 살기에 양호한 남유럽 국가들이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심각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의 대책 없는 낭비 행태가 위기의 주된 요인이지만, 이것은 여타의 국가들도 앞으로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필자가 글로벌 위기를 언급한 이유는 대한민국 역시 이와 유사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도 그 양태는 다소 다르지만 ‘과거의 것은 기승을 부리지만 새로운 것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위기 국면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2013년에 대한민국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대치 정국이 대한민국 언론을 도배했다. 박근혜 정부가 금년 2월에 출범했는데, 허니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만큼 대치 정국은 참으로 지루했고 길기만 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해결의 전조가 보이지 않는다. 대치 정국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낡은 것들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먼저 종북 세력의 실체이다.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간부 여러 명이 형법상의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서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해놓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 진상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대단히 충격적이다. 북한 체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 입성하고서도 반체제 운동권 시절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 몹시 의아스럽다. 바꾸어 말해서 이들의 원내 진출은 종북 운동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혈세가 쓰인 셈이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과 종북 세력의 존재 때문에 국가정보원 등 대한민국 공안기관들의 위상은 다른 보통 국가들의 그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 소중함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그동안 공안기관들이 직무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조직의 비대함 때문에 민주화 이후에도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왔다. 이는 언필칭 ‘진보․개혁 정권’이라 자처하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재판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댓글 의혹 사건도 본분을 망각한 불미스러운 단면이다. 법적인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의 통상적인 활동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개혁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은 그렇다 치고, 여러 현안들에 대해 활발한 대화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국회가 당리당략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재판부에서 가려야 할 문제를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에 맞지 않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해당 공직자들의 처리는 그때해도 늦지 않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칭찬까지 했던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야당으로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후의) 검찰 지도부를 믿지 못해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겠지만, 이것은 재판을 늦추고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함으로써 야당에 별로 이롭지 않다. 이미 사법부에 넘어간 이상, 사법부의 양심을 믿는 것이 합당한 처사다.
 

   이처럼 제19대 국회는 역대 국회처럼 의사 결정의 비합리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부족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무기력하다 못해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 박근혜 정부의 초기인지라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회 여당이자 다수당으로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난국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익숙했던 과거 야당들의 타성을 답습하고 있다. 여-야 모두 경쟁 정당의 잘못으로부터 파생하는 반사적 이익에 기댈 만큼 자신에게 특유한 강점과 비전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시대를 이끌기에는 부적합하고 역부족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정치의 비정상성이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적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적폐는 일본 제국주의 지배,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도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시대적 상흔(傷痕)을 아우른다. 강한 연고주의,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조직 문화, 우리 민족 중심주의, 독선, 편 가르기, 천민(賤民) 자본주의의 여러 양상 등 구시대의 부산물들이 미래를 향한 대장정을 가로막고 있다. 미래 세대들이 사회의 주축을 이룰 시점이 되면 달라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낡은 교육관과 오히려 치열해지는 경쟁지상주의가 이 세대를 짓누르고 있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반드시 건전한 국민정신이 자리 잡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다.
 

   요컨대 새로운 시대를 기약하기에는 기득권의 장벽과 낡은 습속 및 행동양식들이 너무 압도적이다. 그중에서도 정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 리더십의 정립(定立)은 ‘의사소통의 합리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의사소통의 합리성은 나의 주장을 강변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21세기의 시대정신은 ‘개방, 참여, 공유’이다. 이러한 지식정보 시대의 가치를 지도자와 국민들이 내면화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지식정보 시대의 참 강국이 되기가 어렵다. 지식정보 시대는 스마트 폰의 보급 대수와 온라인의 접속 빈도로 대변될 수 없음을 오늘의 시국이 잘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처럼 ‘소통’ 아닌 ‘소음’만이 난무하는 형국으로는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식정보 시대로 통칭되는 이 시대를 제대로 구가(謳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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