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의 답답함이 풀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우는 국회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새누리당이 위헌 소송을 내고자 하는 국회법 조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시선뉴스 정광윤] 제57조의 2(안건조정위원회)는 제1항에서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안건을 제58조 제1항에 따른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4항에서는 조정위원의 숫자를 다수당과 여타 정당 간에 1대 1로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여-야 사이에 입장이 다른 안건의 경우, 합의가 되지 않으면 통과될 수 없는 조항이다.

그리고 제85조(심사기간) 제1항은 “의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그리고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즉 정리하자면 이 세 가지 경우 이외에는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가 아무리 시일을 끌어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제86조(체계·자구의 심사)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것에 대하여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소관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하는데, 문제는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야당의 반대가 있는 한, 법제사법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해도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요컨대 법률안의 경우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올라가게 되는데, 길목마다 다수결 원칙이 봉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정당 간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취지로 국회법을 개정한 것인데, 배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동안 대한민국 국회는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상징되는, 여-야 간의 대치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민의의 전당인 국회 의사당에 최루탄까지 터진 일이 있어 외신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국회의 모습이었다. 이런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서 아예 국회법으로 그런 물리적 충돌을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별칭으로 국회법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국회가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는 자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소수당이 이를 악용할 경우에는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속수무책일 수가 있다. 말하자면 끝까지 몽니를 부릴 경우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야당이나 소수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해놓고서 이제 와서 불리해지니까 과거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지도부가 침묵해온 것은 자가당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일컬어지는 국회법은 제18대 국회 말에 여-야 합의로 개정을 했는데, 새누리당이 사실상 주도한 것이다.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걸 없던 것으로 하자는 발상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서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소강상태가 지속되다 보니까 여당으로서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국회법 조항을 고치는 것도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니까 국회법 개정은 어려운 것이고, 그래서 위헌 소송을 내고자 하는 것인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위헌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위에서 예시한 조항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원리라 할 수 있는 다수결의 법칙을 위배하는 것은 분명하다. 일정한 수준의 대화와 토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것이 끝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표결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현행 국회법처럼 표결 자체가 어렵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새누리당 일각에서 ‘악법’이라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위헌의 대상이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며 제5호에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대한 심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이 될 터인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사유)는 “공권력의 행사와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회선진화법 문제는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가 없다. 헌법 어디에도 다수결 원리를 규정하는 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헌법 운운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새누리당 역시 헌법재판소로 갈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야당의 끝없는 대여 투쟁에 따른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토로함으로써 국민 여론에 기대를 거는 형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요컨대 그 어떤 경우에도 현행 국회법을 바꿀 소지는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

다만 민주당이 다음 집권이 유력하다고 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법 개정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은 경색 정국을 푸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여당이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추진하려는 각종 의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야당을 껴안아야 한다. 타협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민주당의 행태에 대하여 찬성하는 우리 국민은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보다 진정성을 갖고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까지 굴복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국민적 명분이 있는 내용에 대해서 경청하고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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