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자동차 산업 발전과 더불어 부쩍 커진 한국의 자동차 시장. 과거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유명했던 ‘마세라티’가 지난 4년 동안 15배의 판매 성장을 이룩할 정도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은 대폭 증가 하였다.

이에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지구상에는 수 십 가지에 이르는 자동차 브랜드가 있지만, 이 중 많은 브랜드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더 나은 사업 경영을 위해 또는 각 국가에 대한 현지화 전략 아래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현대-기아, 현대자동차 그룹”

현대자동차 '쏘나타' [사진/현대자동차]

유일한 대한민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는 ‘현대자동차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경영되고 있다. 그 배경은 이렇다. 재계 서열 8위의 기업으로 승승장구 하던 기아자동차가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투자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부도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국제 입찰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게 미국의 포드와 한국의 삼성, 대우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경합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1998년 현대자동차가 부도 위기의 기아자동차 인수에 성공하며 ‘현대자동차 그룹’ 하에서 경영되기 시작했다.

기아자동차 'K5' [사진/기아자동차]

이후 신차개발에 있어 같은 플랫폼(자동차의 기본 틀) 하에 현대와 기아 브랜드로 개발하는 등 플랫폼 공용화를 적극 이용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그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중형 공통 플랫폼 아래 현대의 ‘쏘나타’ 그리고 기아의 ‘K5’라는 이름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애초 공용 플랫폼으로 인한 획일화 우려가 있었지만, 서로의 브랜드 색을 뚜렷하게 드러냄으로써 좋은 성과를 거둬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에는 현대-기아라는 브랜드 외에 현대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향후 판도가 기대된다.

“인도에서 온 생명 줄 잡은 쌍용”

마힌드라 그룹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들 [사진/마힌드라 그룹]

쌍용자동차는 ‘쌍용차 사태’ 등 고비를 맞으며, 현재 어렵게 회생되었다. 대우그룹을 거쳐 중국의 상하이 자동차에 넘어가는 등의 과정을 거쳤는데, 그 과정 중 상하이 자동차로부터 일명 ‘먹튀’를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2010년 인도의 자동차 회사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합병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자동차 운영을 비롯해 인도 내에서 각종 트럭과 SUV 등을 생산하고 있다.

쌍용의 구원투수 '티볼리' [사진/쌍용자동차]

마힌드라가 없었다면, 인기 차종 ‘티볼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쌍용차는 2010년부터 티볼리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서는 부실기업 쌍용이 단독으로 추진하기엔 버거운 상황. 하지만 마힌드라는 2011년 3월 지분 70% 확보를 위한 신주 4271억원과 회사채 954억원 등 총 5225억원을 투자해 인수했고, 이후에도 지금까지 약 6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이 투입됐다. 이 같은 마힌드라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티볼리 등 신차 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일본과 프랑스 피를 나눠받은, 르노삼성”

르노삼성 'QM3' [사진/르노삼성]

과거 삼성자동차에서 변모한 르노삼성은 이제 더 이상 ‘삼성’의 것이 아닌, 프랑스와 일본의 바탕을 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의 브랜드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1989년 설립된 프랑스의 르노 그룹이 세계적인 경제난 여파에 흔들리던 일본 닛산의 지분을 1999년에 인수하며 출범되었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에는 현재 르노, 닛산(인피니티), 르노삼성 등의 브랜드가 속해 있다. 그중 국내에서 1995년 닛산과 기술제휴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삼성그룹의 삼성자동차가 1998년 경제난 여파로 닛산을 인수한 르노에 매각되었고, 이후 르노가 지분 80%이상 인수하며 사명을 르노삼성자동차로 변경하였다. 현재는 삼성이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감성 그대로, 쉐보레”

한국GM 쉐보레 '카마로' [사진/한국GM]

현재 쉐보레로 판매되고 있는 한국 GM은 세계적으로 큰 규모인 ‘GM그룹’의 소속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우자동차를 기술제휴를 맺었던 GM이 2001년 인수, ‘GM대우자동차’ 그리고 ‘한국GM 쉐보레’로 명명하게 되었다. GM(General Motors)은 그 이름값을 하듯 많은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쉐보레, 뷰익, 오펠, 홀덴, 캐딜락 등 24개국에 28개의 해외 자회사가 있으며 플랫폼을 공유하며 각 브랜드별 국가별 색채를 가미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전 세계 브랜드, 약 12개 그룹으로 정리”

페라리-피아트-지프 등 FCA 그룹의 '마세라티' [사진/마세라티]

비단 국산 자동차 브랜드 말고도 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들은 기술제휴부터 인수합병 등 여러 방식으로 그룹차원에서 함께 경영되고 있다. 포르쉐-부가티-폭스바겐-아우디-람보르기니-벤틀리-스코다 등의 브랜드가 통합된 ‘폭스바겐 그룹’, 메르세데스 벤츠-스마트-마이바흐 등이 통합된 ‘다임러 그룹’, BMW-미니-롤스로이스 등의 ‘BMW그룹’, 재규어-랜드로버의 ‘타타그룹’, 푸조-시트로엥 ‘PSA그룹’, 토요타-렉서스-다이하츠 ‘토요타그룹’, 페라리-크라이슬러-피아트-지프-마세라티 ‘FCA 그룹’ 등 브랜드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대략 12개 정도의 그룹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와 합병 등의 절차로 ‘그룹’화 되어 운영되는 세계 자동차 브랜드. 과거 이러한 통합 방식이 자칫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그 자동차 브랜드의 개성과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각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플랫폼을 통합하는 등 전략적인 경영으로, 효율성은 높이되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더욱 세심한 경영으로 소중한 브랜드가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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