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용 기자 /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 수능을 하루 앞둔 여고생 아영(가명). 평소 계획적으로 공부하고 그로 인해 성적이 좋았던 아영은 수능을 위해 약을 복용해 생리 주기까지 바꾸며 만발의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지진이 발생해 수능이 한 주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다.

우선 아영의 집에서 2km 거리로 제법 가까웠던 고사장이 5km 떨어진 고사장으로 바뀌면서 거리적인 부담이 생겼다. 게다가 고사장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몇 차례 이전 고사장을 찾아가 시험 대비를 하던 노력도 수포가 되었고 예상치 못하게 늘어난 일주일은 계획적인 아영의 성격을 건드려 결국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능 연기_픽사베이]

불안한 상태로 수능에 임한 아영은 결국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100점이나 하락하고 말았다. 19년 동안 준비했던 시험을 망친 것에 화가 난 아영은 결국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과연 아영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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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은 두 가지의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아영이 수능 연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을 주장하는 것과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 국가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국가배상청구’죠.

수험생 아영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 연기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국가에 대해 피해배상을 요구한다면, 헌법 제29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해 인정되는 국가배상청구일 것입니다. 

국가배상제도란 국가가 자신의 사무수행과 관련하여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국가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국가배상은 ‘공무원 등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청구할 수 있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 공표권자는 공인인 교육부장관이므로 교육부장관이 자신의 직무인 수능일정을 변경한 것은 당해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죠. 바로 지진입니다. 교육부장관은 수능 바로 전날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험 일정을 연기할지 여부를 판단할 시간이 촉박하여 연기 여부에 대한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고, 시험 일정 변경에 따른 사후 대책까지 마련하여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등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하였다면, 교육부장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수험생들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아영은 수능 연기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교육부장관이 상황에 따라 부득이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아영이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 대하여 국가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영이 입은 손해가 지진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고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이 국가가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수능 연기 피해_플리커]

이처럼, 아영과 같은 상황에 처해진 수험생들은 억울한 것들이 많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국가로부터 어떤 배상을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뜻하지 않은 이유로 망친 것은 매우 속이 상하겠지만 수능은 말 그대로 인생의 한 부분을 스쳐가는 큰 시험일 뿐 인생 그 자체가 아니므로 이런 상황에서 좌절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험생 여러분, 수능 시험을 치르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능을 잘 본 사람도, 못 본 사람도 모두 잠시 동안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현재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밝은 미래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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