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용 기자 /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 얼마 전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故 김주혁은 영화 ‘공조’, 드라마 ‘아르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등에 출연해 활약하며 전성기를 맞이하는 중이라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고인을 위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어떤 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김주혁의 사망 소식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는 아이돌의 컴백 소식이 화제가 되지 않는다며 푸념을 한 것이다. 팬들은 “왜 하필 오늘 죽었냐”, “하루만 늦게 죽지”라는 상식 이하의 댓글을 달아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김주혁 악플_악플 캡쳐]

해당 글들은 故 김주혁의 팬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글을 올린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해당 행위로 인해 고려할 수 있는 범죄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이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형법 제307조, 제308조, 제311조 그리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등에 규정되어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여 명예를 침해함을 요하는 것으로,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죄와 차이가 있다. 즉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언급해야 하지만 모욕죄는 그렇지 않더라도 명예를 훼손시킨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 같은 놈”이라는 구절은 모욕적인 언사일 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없고 “잘 운영되어 가는 어촌계를 파괴하려 한다”는 구절도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우리 법원은 모욕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단순히 불쾌, 무례, 저속한 말을 넘어 객관적으로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故 김주혁의 유가족은 명예훼손과 모욕에 해당하는 악플을 단 사람들을 형법 제380조에 의거해 사자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위 사건과 같이 “하...하필 가셔도 우리 ㅇㅇㅇㅇ 컴백날 가셨네요...”와 같은 댓글은 사망한 김주혁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거나 모욕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故 김주혁의 유가족은 사실상 팬들을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김주혁 악플_나무액터스 홈페이지]

그러나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없다 하여 비난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법으로만 해결 되는 것이 아니듯, 보통의 사람이라면 넘어야 할 선을 지키는 이른바 ‘도리(道理: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상 한 사람의 죽음과 걸그룹의 컴백 소식의 경중을 따졌을 때 무엇이 더 중한 것인지는 ‘도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무시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는 비록 처벌을 면할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서는 최악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병용 기자,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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