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는 지시에 13일 정부·여당의 수정안이 발표 됐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시선Times에서 정광윤 칼럼니스트와 심층 분석해본다.

긴박하게 진행된 세법 수정안.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경위와 수정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은?

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국가 재정 문제를 대단히 중요하게 대해 왔다. 그리스 등 다른 나라들의 국가 재정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닐뿐더러 우리나라는 복지 등에서 재정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방향은 정부 재정을 알뜰하게 운용하고, 각종 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며, 이른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기업의 과세 특례를 일부 축소하는 것과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소득자에 대하여 연말정산에서의 공제 기준을 바꿈으로써 전반적으로 세입을 늘리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언론과 야당 등에서 봉급생활자 혹은 중산층에 가혹한 조치라고 주장하자, 정부에서 부담을 느껴 수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간 상당히 다른 시각과 반응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국가 재정은 국가적으로나 국민 개개인으로 보나 대단히 중요한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을 크게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백가쟁명의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논리다. 복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 중에서 어디에 강조점을 두는가가 핵심이다. 보수 언론 쪽에서는 세금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닌 만큼 복지 재정을 축소하거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진보 언론 쪽에서는 이제 대한민국도 증세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똑같은 사안을 놓고 보수 언론 일부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대기업이나 근로소득자에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고, 반대로 진보 언론 일각과 야당에서는 ‘부자 감세’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참으로 아전인수의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정부가 이번 발표를 하면서 절차적으로 국민과의 협의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입법 예고 자체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발상이니까 절차적으로 크게 하자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입법 예고 후 정기국회에 상정하기까지 시간이 대단히 짧기 때문에 입법 예고라는 것은 국민적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거나 적어도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증세를 검토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정부가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금을 늘린 정부치고 인기를 얻을 정부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조차 증세를 과감하게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것은 표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민주당에서는 토건 지출을 줄이고,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한다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박근혜 정부의 재정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나 정부의 건전 재정 운용을 통한 세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복지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언젠가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재정의 큰 틀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것은 다음 정부가 공약을 내걸고 국민적 동의를 받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13일 발표한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서 평가 한다면?

봉급생활자에 대한 연말정산 공제 변경 기준 적용 대상을 총급여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 이상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이로써 세수 확대 분은 당초의 1조 3천억 원에서 8,600억 원으로 4,400억 원이 감소하는 셈이다. 다만 세법 개정안은 국회 의결사항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수정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독자적인 개정안을 내놓는다고 천명해 놓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활발한 논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13일의 수정안은 봉급생활자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개정안을 내놓을 때 충분히 검토를 했더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세입 예산보다는 세출 예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세 수입이 예상을 밑도는 상황인지라 박근혜 정부는 세출 예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약사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국가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우리 국민들의 조세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세금 부담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국민들이 져야 하는 것입니다만, 정부가 재정 운용과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럴 듯한 세제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노믹스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한다면?

박근혜노믹스는 비교적 잘 설계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계도가 아무리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현실적 조건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국민 여론이 정부의 방침에 비협조적일 수 있다는 점을 늘 감안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를 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국회 그리고 공직자들이 보여준 행태들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에 조세 저항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국민과 약속한 여러 가지 공약들에 대한 조정 작업이 필요하고, 국가 재정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정부나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개혁과 국회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와 국회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가 어렵고, 국민의 혈세를 유용하게 집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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