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날카로운 메스가 환자의 배를 가르자 터진 혈관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석션!’ 다급한 집도의의 말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혈관이 잡히지 않아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결국 심정지 상황까지 왔다. ‘제세동기!’ ‘100줄 차지!’ ‘클리어’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결국 환자는 살아난다. 그리고 우리는 안도한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긴장감과 스피드,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의학계의 용어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의학 드라마는 언제나 사랑받았다. 그리고 1회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최고 시청률 14%를 기록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다. <병원선>은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출처 _ 병원선 공식 포스터

하지원의 첫 번째 의학드라마로도 화제를 모은 드라마 <병원선>. 하지만 시작은 화려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관심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병원선>의 아쉬움 포인트,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하지원의 하드캐리’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역시 믿고 보는 배우 하지원임을 느끼게 된다. 위급한 응급 상황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의 모습부터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는 딸의 모습까지. 하지원의 연기 내공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하지원의 하드 캐리가 만들어낸 몰입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원과 병원선에서 함께 활약을 펼칠 남자 배우들의 존재감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고, 강민혁과 권민아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도 하지원의 내공을 받쳐주긴 부족해 보인다. 

또한 진부한 스토리 전개와 촌스러운 연출도 아쉬움을 남긴다. 의학드라마의 특성상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병원선에서 그려지는 에피소드는 진부하고 예측 가능한 전개로 극에 대한 긴장감을 낮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7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임에도 마치 70년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연출, 편집, 구성 등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과 다르게 그려지는 병원의 모습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응급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하거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등의 모습이 실제 간호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팔을 심하게 다쳐 맥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하지원이 환자의 팔을 도끼로 내리치는 장면은 지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들은 극적인 장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넣은 장면이라 이야기했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해봤더라면 받지 않아도 될 비판은 아니었을까. 

아직 극의 초반을 달리고 있는 <병원선>. 1,2화의 시작에 비해 3, 4회의 시청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목극 1위다. 타방송사의 드라마가 딱히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까지 <병원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병원선>에서 하지원의 하드캐리를 뒷받침 해줄 주·조연들의 연기와 진부함을 없애줄 신선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면 수목극 1위의 왕좌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는 장르로 알려진 의학드라마라는 배 위에 <병원선>도 함께 승선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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