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복지 사각지대 없앨 수 있을까? [지식용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복지 사각지대 없앨 수 있을까?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7.08.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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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김민서]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온 우리나라에서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부모 봉양에 대해 법적으로 의무로 지정해두고 있기도 하다. 

민법 제974조에 따르면 직계 혈족 및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그 밖의 친족사이에 부양 의무가 있음을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양의무를 지닌 사람을 ‘부양의무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부양 의무의 법적 기준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부양의무자 기준을 내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자녀 등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그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조사해 신청자를 수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장치를 말한다. 

정부는 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일까. 그 이유는 93만 명에 달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소득 기준으로 따지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부양할 존재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제외된 사람들 중에도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부양을 받지 못해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도 존재했다. 실제 2015년을 기준으로 소득이나 재산은 수급자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약 93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제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에 2018년 10월부터 주거 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에 앞서 올해 11월부터는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으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생계, 의료급여 수급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재산 하위 70% 중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2022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 대해 부양 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2020년까지 생계 급여 3만 1천 명, 의료 급여 3만 5천명, 주거 급여 90만 명으로 신규 수급자가 늘어나고 2022년까지는 생계 급여 9만 명, 의료 급여 23만 명으로 수급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함께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아동 수당을 도입해 비수급 빈곤층 규모를 2022년에는 20~47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양 의무자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했다. 중위소득 30% 이하인 생계 지원 필요자에 대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 절차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심의를 통해 보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수급자로 우선 보장하고, 부양 능력이 충분한 부양 의무자에 대해서는 부양비를 징수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3년간 들어가는 재정이 약 4조 3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를 두고 빈곤층들이 빈곤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부정 수급 등 도덕적 해이가 늘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복지부는 부정 수급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재정 효율화 정책을 병행하고, 부정 수급 의심자에 대한 정기 확인 조사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양심도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이번 정책을 제대로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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