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우리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2~3%만을 차지하는 굉장히 작은 무게의 조직이다. 그러나 이 작은 조직은 우리가 쉴 때에도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할 만큼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도대체 이 작은 무게를 가진 뇌는 우리가 쉴 때 무엇을 하길래 신체 에너지의 20%나 소모하는 것일까?

미국 워싱턴 대학교 신경학과 미커스 레이클 교수는 우리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A)’ 상태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출처 _ 픽사베이

이 모드에 돌입하게 되면 뇌는 적극적인 휴식을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하는데, 그렇게되면 뇌에 저장된 불필요한 정보가 정리되면서 저장 공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즉,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가 되면 뇌의 일부분이 활발해지고, 이 활동을 통해 뇌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활발해진다. 우리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에서는 나와 관련된 타인을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정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게다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에서는 우리의 창의성과 통찰력이 더욱 활발해지게 되며, 우리 뇌가 집중하는 동안 바빠서 미처 연결하지 못했던 뇌의 각 부위들이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들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들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연구팀에 따르면 뇌가 쉬지 못하고 여러 가지 업무에 노출되게 되면 뇌의 피로도가 높아져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일의 효율성이 낮아지고, 판단력이 저하 된다. 이렇게 정보 처리 능력이 저하되면서 결국 불필요한 정보들을 처리하지 못한 채 뇌의 저장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며 결국 또 다른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쉼 없이 에너지를 쓰는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태를 우리는 ‘번 아웃’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번아웃 상태를 예방하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것은 ‘멍 때리기’이지만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활동이기도 하다. 멍 때리기가 잘 되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면 단순 반복 행동을 하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방법들이 색칠하기, 책 필사하기, 장난감 조립하기 등을 하는 것이다. 단 이러한 작업을 할 때 더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하고, 쉬는 데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멍 때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는 ‘뇌를 쉬게 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라는 반증은 아닐까. 우리의 뇌는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고 결과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면 내려놓고 쉬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려놓았을 때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당신을 찾아갈 확률이 더 높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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