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인도가 인도네시아 아이가?” 순간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 말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너무나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이 사람을 보면서 웃음을 참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마냥 어리숙하고 엉뚱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의 친구의 입에선 본인도 어려운 시절 거금을 빌려준 속정 깊은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이 사람의 대표작을 ‘나 혼자 산다.’라고 하지만 사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두 손으로 채우고도 남는다. 따뜻한 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작은 배역도 크게 살리는 배우, 바로 ‘이시언’이다.

출처 _ mbc <나 혼자 산다> 캡쳐

이시언의 연기 생활은 사실 엄청난 계기로 시작되진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 공부를 잘했던 여자 친구가 대학 안 가면 안 만나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서둘러 들어가기 쉬울 것 같아 선택한 과가 ‘연극영화과’였다. 그렇게 급하게 결정한 진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으리라. 

출처 _ 이시언 인스타그램

그렇게 대학을 가지 못했고 아동극 극단에서 잠시 활동을 하다가 군대에 가게 된 이시언. 그곳에서 그는 스승을 만나게 됐다. 서울 소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던 군대 선임이 이시언 연기를 보고 그를 돕기 시작했다. 당시 이 선배가 추천해준 <배우수업>, <오페라의 유령> 등으로 연기를 공부한 이시언은 제대 후 서울 예대 시험에 단 번에 합격하게 된다. 

출처 _ 이시언 인스타그램

하지만 대학에 졸업할 때즈음 이시언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2007년 연극과 친구들과 함께 네 명이서 극단을 만들어 운영했지만 운영비를 벌기 위해 옷 장사를 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2년 정도 운영하던 극단을 접고 그는 2009년 대학로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이시언은 뮤지컬 크루로 활동하면서 청소 등을 도맡아 했다. 그리고 6개월 남짓 그가 받은 돈은 200만 원 정도. 그러나 그는 배우의 길을 떠나지 않았고 묵묵히 버텼다.

출처 _ mbc <친구 : 우리들의 전설> 캡쳐

그리고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뮤지컬 크루가 끝나자마자 드라마 <친구>에 데뷔하게 된 것. 
당시 이시언이 드라마 <친구> 오디션을 볼 때 유명한 일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동건, 유오성이 출연한 유명한 장면을 따라했지만 그는 유오성이 신입 건달을 교육하는 장면을 패러디해 센스와 연기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곽경택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출처 _ tvN <응답하라 1997> 캡쳐

그렇게 데뷔한 이후 3년 간 <닥터 챔프>, <파라다이스 목장>, <무사 백동수>, <갈수록 기세등등>,<더킹 투하츠> 등에서 작은 역할들을 맡으며 연기를 쉬지 않았다. 그렇게 묵묵히 작은 역할들을 맡아오던 그를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 있다. 바로 tvN의 <응답하라 1977>. 태생이 부산인 그에게 ‘방성재’라는 캐릭터는 맞춤옷과 같이 딱 맞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이었지만 대중들은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에게도 더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출처 _ mbc  캡쳐

그 이후 연속으로 출연한 <리멤버 – 아들의 전쟁>과 <W:두 개의 세계>에서 이시언은 극한직업 전문 배우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남궁민에게 매일 맞는 안수범 실장과 만화 속을 오가는 주인공들로 인해 기절초풍할 일을 겪는 박수봉의 역할은 이시언의 인생 캐릭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이시언은 2016년 MBC 연기 대상에서 데뷔 8년 만에 신인상 후보와 베스트 커플상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상이 불발되면서 짠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호감을 사기도 했다.

출처 _ mbc <나 혼자 산다> 캡쳐

그리고 최근 우스갯소리로 대표작이라 불리는 <나 혼자 산다>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 무려 대배우라 불리면서도 3얼의 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시언. 혼자 사는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부산까지 달려가는 훈훈한 모습까지. 그가 보여주는 가식 없는 행동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물론 연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김과장> 등의 드라마에서 카메오로 출연하며 분량 귀신, 씬 스틸러라 평가받고 있는 이시언. 예능에서도 극중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그이기에 감히 ‘대배우’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작은 역할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