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너는 참 돼지 같구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화를 내거나 어이가 없거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돼지에 대한 이미지는 살쪘다. 더럽다, 미련하다, 느리다 등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돼지는 억울하다. 이러한 이미지는 실제 돼지의 습성을 온전히 모르기에 생겨난 것들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오해는 돼지는 ‘살이 쪘다’이다. 돼지는 뚱뚱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돼지의 조상인 멧돼지를 보자. 멧돼지는 상당히 근육질의 동물로서 포동포동, 토실토실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이렇게 살이 쪄서 ‘느리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실제 멧돼지의 경우 시속 40~60km로 달릴 수 있어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기도 하다.
 
돼지는 더럽다는 이미지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돼지는 야생에 있을 때 화장실, 잠자는 곳, 밥 먹는 곳을 모두 구분해서 쓸 정도로 굉장히 청결한 동물이다. 게다가 먹을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미련하고 욕심 많은 동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돼지는 그렇게 미련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에 돼지가 출산을 하고 나면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를 따로 분리해서 기르곤 했다.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계속 양보하는 바람에 야위어갔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돼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들도 많다. 돼지가 개보다 똑똑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의 한 대학교에서는 돼지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실제로 돼지가 그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는 보고가 나온 적도 있다. 실제 돼지의 아이큐는 75~85 정도로 간단한 훈련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돼지는 굉장히 정이 많은 동물이다. 몇 해 전 어미를 잃은 새끼 멧돼지를 돌봐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멧돼지가 충분히 성장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이 멧돼지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인의 곁에서 밭도 갈아주고 수레도 끌어주며 은혜를 갚았다는 소식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똑똑하고, 날렵하며, 청결했던 돼지가 왜 잘못된 오해를 받게 됐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다. 사람들은 돼지를 기르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돼지를 점점 더 좁은 공간에 몰아넣게 됐고, 이들은 몸도 잘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먹기만 했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돼지는 본래 습성을 모두 잃었다. 공간을 나눠 쓰지 못하면서 청결을 잃었고, 하루 종일 먹기만 하면서 근육을 잃었다. 그렇게 돼지는 살찌고, 더럽고, 욕심 많고 미련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만일 돼지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육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돼지의 모습과는 달랐을 것이다. 인간들의 욕심들로 생겨난 돼지에 대한 오해.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돼지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다면 이제 ‘돼지’라고 부르는 것에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빠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공장제 사육의 형태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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