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최근 에스티 로더의 새 모델로 발탁된 미국 abt 수석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레나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녀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피부색 때문이었다. 그동안 미국 abt 수석무용수는 모두 백인 이었지만 미스티 크플랜드는 최초로 흑인 수석무용수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백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백조의 호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며 세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미스티 코플랜드는 인종차별에 대한 장벽을 뛰어 넘으며 백인중심주의가 뿌리 밖인 발레계에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다. 비단 미스티 코플랜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원칙 아래 이 같은 특정인종에 대한 우월주의는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길은 멀기만 하다. 여전히 일부 지역과 문화계 곳곳에서 그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있어 그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이트 워싱>다.
화이트 워싱은 사전적인 의미로 ‘더러운 곳을 가리는 행위, 더러운 곳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하는 행위’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어떤 역할을 막론하고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부의 악습을 지칭한다. 화이트 워싱에는 흑인 및 유색인종에 대해 ‘감춰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이 거세지만, 여전히 미국 헐리우드 일각에서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화이트 워싱은 비단 인종차별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영화 팬은 화이트 워싱이 원작을 심각하게 훼손해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실례를 들면 과거부터 여러 작품에서 백인 배우가 콧수염을 붙여 칭키스칸 역을 맡는다든가, 뻐드렁니를 분장해 일본인 역할을 하고, 한복을 입고 한국인 역할을 맡아 왔는데 이는 해당 인종에 대한 차별임과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제기 되어 왔다.
그러나 화이트 워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국내 개봉한<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가 화이트 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동명의 원작에서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아시아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백인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이 맡으며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실제 개봉 직후에는 원작의 영화화가 아니라 ‘그저 백인들의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라는 악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원작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비해 흥행성적은 볼품없었다.
그런데 화이트 워싱이 인종차별적 의도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닥터스트레인지>인데, 이 작품의 원작에서 티베트인 에이션트원 역할에 백인 배우인 틸다 스윈튼이 캐스팅되어 화이트 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제작진은 티베트인으로 캐스팅할 경우 티베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 개봉에 어려움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종차별 철폐라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반하는 미국 헐리우드의 악습 화이트 워싱. 백인 우월주의가 과거에는 당연시 되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에는 명백한 비난의 요소가 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영화시장의 큰 줄기가 된 헐리우드가 확고한 문화계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면, 인종차별의 잔재인 화이트 워싱에 대해 고심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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