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인간에게는 본능이 있다. 본능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경험을 통해 학습되고 그것이 대물림 되면서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은 학습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대처 능력을 갖게 된다. 수렵채취 생활을 했던 인간은 자연에서 처음 보는 식물들도 식재료로 사용해야 했고 특정 식물을 먹고 난 후에 복통 등의 고통을 겪게 됐다면 그 식물을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고 경계했다.

하지만 특정 음식이 복통을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더라도 음식을 먹은 후에 복통 등의 고통을 겪게 됐을 때 그 음식을 피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경향을 ‘가르시아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고전적 조건형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실제로 다른 원인에 의해서 고통을 겪은 것이지만 고통의 원인을 음식이라 생각해 그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가르시아 효과’는 이를 밝혀낸 학자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1955년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르시아는 쥐에게 사카린이 들어 있는 물을 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쥐에게 감마선을 쪼여 먹은 물을 토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쥐에게 사카린이 들어 있는 물을 다시 주었지만 쥐는 그 물을 마시지 않았다. 구토는 감마선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만 쥐는 사카린이 담긴 물이 구토를 야기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쥐에게 공통적으로 사카린이 함유된 물을 제공한 뒤에 방사능의 세기를 각기 달리 쪼인 실험도 진행됐다. 이 때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쥐는 사카린 물을 80%정도 마셨지만 방사능 강도가 중(中)인 쥐는 40%의 물을, 방사능 강도가 강(强)인 쥐는 10%의 물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특정 음식을 먹고 복통을 호소해 그 음식을 회피하는 것을 모두 가르시아 효과라고 부를까? 그렇지 않다. 가르시아 효과는 조건 반사와 달리 인과관계에 인지적 자각을 거치지 않고 발현된다. 유당을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신 후 복통을 느낀 사람이 우유를 싫어하는 경향은 가르시아 효과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가르시아 효과는 그 결과와 행위의 인과관계는 없지만, 그 원인을 가장 잘 자각되는 것에서 찾고 그것을 혐오하는 경향인 것이다.

가르시아 효과는 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발생한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가르시아 효과가 발생하면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음식을 혐오할 수 있게 되고, 그 기억은 장기간 유지된다. 그라고 자주 접한 음식보다는 처음 접하는 음식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처음 접한 음식은 그 음식에 대한 정보가 적고, 그로 인해 귀인이 더 강력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르시아 효과는 음식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된다. 이성과의 첫 만남에서 식사를 마치고 귀가한 후 배탈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면 상대방의 태도나 외모에 관계없이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연관된 경험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지 않을 때도 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본능이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는 가르시아 효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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