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여러분은 하루에 거울을 얼마나 보시나요? 영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 최대 60회 이상 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남녀의 차이로는 남성들은 하루 평균 27번을 보는 반면에 여성들은 34회 정도 거울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 모습이 여러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을 알게되죠.

옛날 사람들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는데요. 화가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모델들 중에 가장 돈이 안 드는 모델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자기 PR'의 용도로의 역할도 수행했죠. 동시에 은연중에 자신이 '화가'라는 자의식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초상화들은 측면의 모습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1668년에서 1715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윤두서의 자화상은 마치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것처럼 정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상반신조차 없이 오로지 정면을 쳐다보는 얼굴만 그려져 있는 윤두서의 자화상(1668~1715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출처/ 위키백과)

얼굴은 넓적하니 풍채 좋은 얼굴을 지녔고 송충이 모양의 눈썹과 눈초리는 위로 살짝 올라가 매서운 눈빛을 보여줍니다. 또한 얼굴 중앙으로 복스럽게 세어진 코와 앙다문 입술은 자화상 주인공의 고집 있는 성격이 드러나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세세한 수염과 눈 주변에 그려진 붉은 반달의 흉터인데요. 관자놀이부터 얼굴 전체를 감싼 수염은 마치 바람에 나부끼듯 한올한올 묘사되어 있습니다. 눈 주변에 있는 붉은 색 반달의 흉터는 안경 낀 자국이라고 하니 이 자화상이 얼마나 세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 됐는지 느낄 수 있죠.

이처럼 마치 자신과 대결하는 것처럼 정면을 똑바로 보고 그린 자화상은 전후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초상화에선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국보 제240호로 지정되어 있죠.

이 얼굴만 그려진 자화상은 처음에는 ‘미완성’된 작품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가슴부분의 옷깃과 옷 주름까지 선명하게 그려진 '완성된' 그림이라고 합니다. 

1937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사료집진속> 제3집을 살펴보면 윤두서 자화상의 옛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사진에는 상반신의 윤곽선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이 지워져 버린 것이죠. 

이는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인데요.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현미경과 x-선 촬영 및 형광분석법, 적외선 등을 통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생략된 것으로 여겨왔던 귀는 붉은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었고, 옷깃과 옷주름도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색까지 완벽하게 된  작품으로 확인하게 되죠.

화가 윤두서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선비 집안이었지만 당쟁으로 인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그리고자 하는 것을 하루 종일 뚫어져 관찰한 다음 실제와 아주 똑같이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실제라도 다른 모습이 보이면 그렸던 그림까지 찢었다고 하니 그림에 대한 그의 집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우리는 카메라를 이용해 셀카를 찍으면서 손쉽게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화상은 단순히 자신의 겉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본인의 내면까지 표현될 수 있다는 점. 오늘 내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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