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연선 pro] 셔틀버스, 셔틀비행기, 셔틀열차. ‘셔틀’이란 단어는 보통 교통수단과 함께 많이 쓰이며 ‘정기 왕복’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의미로 국제사회에서 외교수단의 한 방법으로 ‘셔틀외교’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셔틀외교’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국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제3자 또는 제3국을 활용하는 외교 방식 혹은 국제관계를 일컫는다. 이 단어는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전쟁당국을 오가며 평화협상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을 두고 처음 생겨나게 됐다.

최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카타르 단교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셔틀외교에 뛰어들 전망으로 보이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셔틀외교로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갈등 당사국을 직접 왕래하며 분쟁 해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렇게 양국 사이를 제 3국이 중재한다는 의미에서 더 확대되어 현재 셔틀외교는 더욱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바로 양국 간 정례 실무회담을 포함해, 외교 현안사항들을 수시로 협의하기 위해 양국 정상이 양국 또는 제3국을 오가며 벌이는 외교활동도 셔틀외교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셔틀외교가 일본과의 사이에서 시행된 바 있다. 한일관계가 심화되면서 함께 극복해야 할 현안들이 빈번히 발생했는데, 정상회담은 그 해결방안들을 극복해나가는 중요한 자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한일정상회담이 간편한 절차로도 수시로 만날 수 있게 일명 셔틀외교로 불리며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되었다.

하지만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재개하면서 일본과의 셔틀외교가 멈추게 됐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셔틀외교를 복원시켰다. 양국 정상은 몇 차례 두 나라를 오가며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이듬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며 다시 셔틀외교는 중단됐다.

그렇게 6년 가까이 멈춰 있던 한·일간의 셔틀외교가 지난 7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총리가 만나 재개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양국 간의 긴밀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앞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관계이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양국 간의 셔틀외교가 이번에는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동반자 의식으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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