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선사시대부터 인류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장례 문화’다. 고인돌부터 시작해 여러 왕릉들까지. 이러한 장례는 권력자의 명성과 세(勢)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생을 떠난 존재가 또 다른 세상에서 안녕하길 기원하는 의미와 그를 잊지 않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는 단순히 매장을 넘어 다양한 장례의 종류가 등장했다.

그 중 최근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주목을 받은 장례 방법이 있다. 바로 ‘수목장’이다.인천초등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어머니는 끔찍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자식을 마음속에 묻지 못해 수목장을 했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수목장이란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인 장례 방식 중 하나다. 고인의 흔적을 품은 나무는 고인의 지인들에게 그를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수목장은 2007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통계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법으로 응답자의 45.4%가 수목장을 꼽기도 했다. 또한 올 초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따르면 국립 수목장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5%의 응답자가 수목장림 선택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목장이 선호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목장의 선호도가 높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수목장은 인공적인 울타리나 비석을 세우지 않고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는 식별만 남기기 때문에 자연 훼손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목장은 후손들에게는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경우는 산림 관리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수목장의 경우 장례의 규모, 절차, 비용이 적게 들어 후손들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수목장의 선호도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국공립 수목장림은 총 5곳이다. 나머지 46곳은 모두 사립 시설인데 이곳은 종교단체 등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목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수목장 업체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밀양에서는 불법으로 수목장림을 분양한 일당과 이를 눈감아준 공무원들이 함께 처벌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목장림이 공동묘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일반인들도 쉽게 수목장림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올해 9월 개장될 전남 장성 산림조합 수목장림이다. 그리고 수목장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산림청은 국립수목장림을 공원이나 레저 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소비 증진과 고용 창출 등을 이뤄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수목장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조상들의 묘지 관리가 어려워지고, 산림의 환경이 파괴된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묘지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고, 환경 파괴도 적은 수목장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관계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수목장 확대와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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