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추리소설의 묘미는 여러 곳에 숨어 있는 단서를 찾아 조합하여 범인과 범행 수법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림도 마찬가지로 화폭에 그려진 여러 가지 대상들을 해석하고 연관성을 찾아내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해석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먼저 그림을 살펴볼까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1500-1510)’ (출처/위키미디아)

이 그림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1500-1510)’입니다. 세 등분으로 나눠진 제단화 형식의 이 그림은 제단화의 두 날개를 열면 세 장면으로 구성된 그림을 볼 수 있는데요. 사람마다 각 장면을 해석하는 의견이 분분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왼쪽 패널에는 성경 구절의 한 장면인 ‘에덴동산’을 그리고 있는데요. 하느님이 이브를 아담에게 소개시켜주는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체들은 조류인지 파충류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는 없지만 하느님이 창조한 또 하나의 피조물을 뜻합니다.

가운데 패널은 조금 더 복잡한 그림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 중 하로 나눠져 있는 그림들에선하늘에서의 새, 중간층의 동물, 가장 아래층의 사람 할 것 없이 나체의 모습으로 성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큰 과일과 여러 물체가 혼합된 기괴한 구조물들이 그림을 더욱 난해하게 느껴지게 하죠.

오른쪽 패널은 두 패널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색감 또한 어두운 색이 주로 표현됐는데요. 마치 ‘지옥’을 연상하게 하는 이 장면은 여러 피조물들이 잘리고, 찔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려했던 구조물은 없어지고 곳곳이 불에 타는 등 기존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출처/위키미디아)

이 작품은 화가의 남다른 상상력과 환상적인 기법이 유감없이 발휘됐는데요. 작품을 그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난해한 주제를 상징적인 수법과 은유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는 화가였습니다. ‘쾌락의 정원’은 기묘한 상상과 인간에 대한 탐구가 어우러진 걸작으로 평가되며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느낌을 총체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해지죠. 

그렇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데요, 특히 가운데 패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기존에는 ‘도덕적으로 살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해석했지만 20세기 중반부터는 현실이 잃어버린 낙원의 전경을 담아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나온 설이 ‘아담파설’인데요. 한 때 유럽에 등장한 ‘아담파’는 이단적인 종교로 옷을 벗고 생활해야지만 인간 본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일반 사람들과의 교제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였습니다. 화가 히에로니무스가 이 아담파의 회원이었고 그 교리를 표현하기 위해 그렸다는 설이죠. 그러나 이 설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고 계신가요? 

그림 곳곳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상징들은 이 그림을 해석하는 묘미를 제공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그림이지만 그림들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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