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화가이자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이 남긴 말입니다. 당시 파리는 예술가들의 핫 플레이스로 파리는 정복한다는 것은 곧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는 칭송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 왕과 귀족의 초상화 등 웅장한 그림이 많은 미술 세계에서 ‘사과’ 즉, 정물화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라 이야기한 세잔. 당시에는 비웃음을 샀지만 그는 결국 그의 말을 이뤄냅니다.

사실 폴 세잔은 정물화를 주로 그리는 화가는 아닙니다. 풍경화, 인물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죠.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로 뚜렷하면서도 풍부한 색 표현과 질서 있는 화면 구성이 특징이었는데요. 독특한 화면 구성이 그가 그린 정물화에 매우 잘 표현돼 있기에 정물화로 유명해졌죠.

그의 대표적인 정물화 작품 사과와 오렌지(Apples and Oranges, 1895-1900)는 세잔이 마지막으로 그린 몇 점의 정물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과와 오렌지(Apples and Oranges, 1895-1900) (출처/위키미디아)

언뜻 보면 일반 정물화 같지만 탁자. 사과, 오렌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모양들이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그림자는 어수선하고 탁자는 왼쪽과 오른쪽 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마치 부서진 것처럼 보이죠. 탁자 위 병은 기울어져있고 사과는 금방 밖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이렇듯 불안정한 구도를 가진 사과와 오렌지는 한 시점에 고정돼 그린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정물마다 다른 시점에서 그림을 그려 완성했습니다. 항아리와 굽이 달린 과일 그릇은 옆에서, 앞의 과일 접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데요. 정물 하나하나가 가지는 본질적인 형태를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죠. 

이렇게 다(多)시점에서 그려진 정물화는 얼핏 전체적인 구성이 어지럽고 불안정할 것 같지만, 세잔은 이러한 부조화를 하나의 조화로운 장면으로 통합시켰죠. 그 결과 각각의 물체들은 생동감, 역동감을 지니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공간감을 형성했습니다.

화가는 전통적인 투시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에서 완전히 새로운 구도와 각도를 만들어냈는데요. 이를 통해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을 가공한 현실과 논리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잔이 그린 것은 사물의 원래 형태가 아니라 사람의 눈을 통해 본 형상이라는 것이죠.

이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림 속의 다양한 물체로 향하게 되는데요. 접시나 화병, 배경이 되는 무늬 천 등으로 화폭이 꽉 차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새하얀 테이블보에서 동그랗게 빛나는 오렌지와 사과는 순식간에 우리의 시야 한가운데로 들어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정물화를 그린 폴 세잔. 그는 아버지의 반대로 그림을 시작하지 못할 뻔 했는데요. 끝내는 그림에 도전하였고 각종 파리 살롱전에도 무수히 떨어졌지만 끝까지 도전했습니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정복하겠다’는 그의 말은 그림을 향한 그의 열정을 증명시켜준 보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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