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최지민pro] 척박한 땅과 매서운 바람,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지역, ‘북국’. 이 곳에 우리들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는 보물창고가 있다. 북극에서 1300km 떨어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위치한, 인류의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곳. 바로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가 그 보물창고다.

북국 세계 기록 보관소는 스발바르 롱이에비엔의 3호 폐탄광에 위치해있다. 영구 동토 150m깊이에 있는 폐탄광은 단단한 암반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핵 공격으로부터도 인류의 소중한 기록을 지킬 수 있다. 또한 폐탄광은 굉장히 건조하고 기온도 영하 5~10도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기록을 보관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1925년에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면서 이곳에서는 일체의 군사행동이 금지되어 있다. 주변 환경이 보관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전쟁의 위협까지도 없는 절대 안전 구역이다. 

이곳에 보관된 기록들은 ‘영구 기록 보관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특수감광필름에 QR코드 형태로 변화해 암호화된 채 저장된다. 그리고 이 필름에는 멋 훗날 이 기록들을 꺼내볼 것에 대비해 데이터 해독 방법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저장된 기록들은 최소 500~최대 1000년까지 원 상태 그대로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보관한 자료가 필요할 땐,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에 복원을 요청하면 된다. 복원 요청이 들어오면 보관소 직원은 필름에서 데이터를 복구해 광케이블로 본사에 전송을 해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 그리고 안전하게 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곳에는 어떤 기록들이 저장되어 있을까. 대체적으로 역사적 자료가 많은 편이다. 각국의 헌법과 고전문학, 최신 과학 저널 등 인류의 정신이 담긴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 보관소를 가장 빨리 이용한 국가는 브라질과 멕시코다. 브라질의 경우 16~20세 사료와 헌법 복사본, 브라질리아를 담은 최초의 사진 등을 보관했고, 멕시코는 헌법 복사본과 고지도, 잉카문명의 기록 등을 저장해뒀다.

이처럼 보관소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지만 사실 돈을 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이곳은 디지털 기록 보관업체인 ‘피클’과 폐탄광 관리 국영업체인 ‘SNSK’가 운영하고 있다. 즉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는 민간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합당한 가격만 제공한다면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용이 가능해 가족사진이나 일기장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기록물들도 보관할 수 있다.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기억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담은 기록물들은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서 보존의 기한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고 유용한 것이라면 그 원형을 잘 보존해둘수록 다음 세대에게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북극 세계 기록 보관소에는 또 어떤 기록물들이 저장될까. 다만 인류가 소중히 여기는 지식과 기록들이 기록 보관소에서만 볼 수 있는 날이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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