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급급한 당신,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요? ‘느린 우체통’ [지식용어]
하루가 급급한 당신,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요? ‘느린 우체통’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7.07.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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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빠름’이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속 300km가 넘는 기차가 개발됐고, LTE 4G 기술을 넘어서 5G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빠른 사회는 우리에게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게하고, 더 경쟁적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로 인해 우리는 더 빠르고 집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살수록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데 급급하기만 하다.

이러한 사회에 지쳤기 때문일까. ‘느림’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들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느린 우체통’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느린 우체통이란, 엽서 혹은 편지를 넣으면 그것을 6개월이나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 흐른 후에 발신인에게 다시 보내주는 우체통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우체통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추억을 기념할만한 장소에 느린 우체통을 설치해 우리는 유명 관광지 등에서 느린 우체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느린 우체통은 어디에 설치되었을까. 바로 ‘영종대교 기념관’이다. 2009년 5월 영종대교 기념관에 설치된 3대의 우체통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느린 우체통이다. 이곳에서는 안내데스크에 준비된 엽서를 이용하면 발송을 무료로 해주고, 편지도 우편을 붙여오면 배달을 해준다. 1년에 약 1만 5천여 통이 모이고, 엽서를 제작하고 보관, 발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2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느린 우체통은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미래에 나에게 쓰는 편지이기 때문에 그 편지를 받을 때쯤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그렇게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다보면 그 모습이 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막연히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하고 막막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느린 우체통을 이용해보면 훨씬 수월하게 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래를 그려보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6개월 혹은 1년이 지난 어느 날,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의 존재가 잊힐 때쯤, 나에게 다시 돌아온 편지는 그동안 내가 편지에 적은 미래의 모습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그 편지에 적은 미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그 모습에 가까워졌는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목표했던 모습에 도달했다면 만족감을 얻었거나,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면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과거에 본인이 했던 생각과 지금의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과거에 했던 고민들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었다는 등의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처럼 느린 우체통은 미래와 과거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준다. 그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닫는다. 지금 당장의 삶에 매몰되어 사는 동안 놓치는 것이 많다. 그렇게 놓치는 것은 당시에 소중한 줄 모르지만 뒤돌아보면 후회를 남기기 마련이다. 느림이라는 기다림 속에서 미래의 나를 그려보고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래서 놓쳐버리고 흘려버린 것에 후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느린 우체통을 이용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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