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캄라이프, 현실을 즐기는 것마저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 [지식용어]
오캄라이프, 현실을 즐기는 것마저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7.06.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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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정선 PRO] 우리 사회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유행이라고도 표현하는 이것은 대다수의 수요에 의해 발생한다. 즉, 트렌드가 된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이 그것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뜻이기에 그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한 때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웰빙(well-being)’이 대표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삶의 트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캄(OKLM)라이프’가 그것이다.

오캄라이프란 프랑스어 ‘au calme’에서 유래된 말이다. 프랑스어로 au calme은 고용한, 한적한, 조용한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다. 단어의 뜻을 통해 유추해보면 오캄라이프란 현실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심신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생활 트렌드를 의미한다. 그리고 au calme은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해 SNS등에서 #OKLM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서 이러한 삶의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최근에는 현실을 즐겨야 한다는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트렌드가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번 사는 인생인 만큼 후회가 남지 않게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욜로를 외치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원하는 여행을 다니거나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등의 이야기는 매스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며 많은 추억을 만들고,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며 소비를 아끼지 않게 됐다.

하지만 오캄라이프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욜로마저도 우리에겐 이제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캄 라이프가 ‘현실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을 보면 결국 현실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마저도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왜 우리에겐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을까. 우리는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살아가며 경쟁과 비교에 익숙해졌다. 남들보다 더 나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더 비싼 차 등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남들에 비해 뒤쳐져 보이면 불안해한다. 결국 내 자신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마저도 다른 이들이 하는 행동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고, 비교 속에서 열등감을 가지게 되니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현실을 즐길만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최저 시금이 6000원을 조금 넘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은 지금도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법적으로 정해놓은 근로시간 52시간을 훌쩍 넘겨 일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이처럼 돈도, 시간도 없는 이들에게 ‘현실을 즐겨라’라는 욜로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실을 즐기기엔 열악한 상황이니 아예 그것을 회피해버리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현실을 즐기자는 욜로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고,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남들과의 비교와 시대 상황으로 인해 욜로마저도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과연 오캄라이프는 어떻게 자리를 잡을까. 이마저도 남들보다 더 편하게 쉬기 위해 경쟁하고 누군가는 오캄라이프를 그림의 떡으로 생각하며 또 다른 삶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오캄라이프는 우리가 일상의 행복과 느긋함을 찾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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