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14일 오전 11시 포시즌호텔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참석했다. 

옥자에 출연한 배우들과 우리나라 기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였을까? 처음에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배우와 감독들이 들어서자 화려한 플래쉬 세례와 함께 국내의 뜨거운 관심을 표현했다.

앞서 배우들은 13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한국 영화 팬들을 만나고와 더욱 상기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내내 훈훈한 분위기를 풍겼던 영화 옥자 배우들, 기자회견 속 놓칠 수 없는 말말말! 들을 모아봤다.

(출처/퍼스트룩 제공)

Q. 한국에 온 소감! 한 마디로 정리해줘!

틸다 스윈튼: “고향에 온 기분! 우리는 이제 다 한국 영화인!”

스티븐 연: “내가 탄생한 국가로 영화인으로서 오게 돼 영광, 꿈이 실현 된 것 같아!”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정말 보편적인 가치를 담은 영화 옥자, 함께 오게 돼 영광!”

다니엘 헨셜: “한국이라는 문화에 따뜻한 환대에 정말 기뻐!”

(출처/퍼스트룩 제공)

Q. 칸에서도 논란의 중심이었던 ‘옥자’, 우리나라 극장 제한의 이유는?

봉준호 감독:‘선 극장 개봉 후 스트리밍 상영’을 주장하는, 최소 3주 정도의 홀드백을 원하는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을 이해하며 ‘스트리밍과 극장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삼는 넷플릭스의 입장도 존중 받아야 할 것입니다. 

보통 넷플릭스 영화들이 다른 나라에서 극장 개봉을 강행한다거나 멀티플렉스와의 갈등을 이어가고 이런 적이 없거든요. 이러한 논란이 된 원인 제공자는 저의 영화적 욕심이 큽니다.

영화를 찍을 때, “이 영화를 큰 화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텐데, 그래서 넷플릭스 영화지만 극장에서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국, 한국, 영국에서 되도록 큰 스크린에서 많이 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욕심을 내다보니까 어떻게 하면 극장에서 잘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배급사 ‘NEW’ 측도 그런 취지를 공감하셨기에 진행했던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저의 영화적 욕심 때문에 벌이진 논란이었고 이 논란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서 여러 가지 피로함을 겪으셨을 업계의 분들에게는 제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Q. 감독 봉준호, 영화 옥자 준비하면서 비건(Vegan, 엄격한 채색주의자)이 됐다? 이거 실화냐?

봉준호 감독: 음...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여전히 닭고기, 소고기 등을 먹고 있습니다.(하하) 그러나 양이 아주 많이 줄었죠. 그러나 <옥자>를 하다 보니까 돼지고기는 안 먹게 됐고요. 붉은 고기는 안 먹고 치즈나 유제품이나 달걀이나 해산물은 먹는 pesco-vegetarian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철학적인 결정, 갈등을 내려서 고기를 끊는 게 아니라 2015년 초에 시나리오 쓸 때였는데 저와 저기 계신 최두호 프로듀서랑 둘이 리서치를 하려고 실제 콜로라도에 있는 거대한 도살장을 직접 방문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죠.

(출처/퍼스트룩 제공)

Q. 영화 옥자는 비건 강요 영화다?

봉준호 감독: 저는 육식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인류가 수천 년간 육식을 해왔고 동물도 동물을 먹잖아요, 육식동물들은. 그런 자연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육식은 자연스럽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믿는 사람이고요. 

단지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듯이 하나의 제품으로써 동물들을 편입시켜서, 그런 가혹하고 잔인한 금속의 환경 속에서 동물을 대량생산의 파이프라인의 일부분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 그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되짚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문을 던져드리고 싶었어요.

Q. 옥자를 돼지로 설정한 이유는?

봉준호 감독: 당연히 이게 식품산업이기 때문이죠. 푸드인더스트리니까. 돼지만큼 우리가 보면서 음식을 생각하는 동물이 없잖아요. 그것은 돼지한테 참 비극이에요. 사실은 되게 섬세하고 똑똑하고 청결한 동물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돼지 보면 항상 항정살 이런 거 생각하잖아요, 삼겹살, 목살. 어떻게 먹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어떤 양념이 좋을까 이런 고민하고. 돼지 본인 입장이라면 되게 억울할 거예요. 

돼지만이 가진 아름다움과 또 여러 가지 자존심이 있는데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돼지만큼 동물이 가진 두 가지 측면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가진 생명체인데 동시에 또 식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식품으로 처리되는 그런 이중적인 슬픈 운명을 보여 주기에 돼지만큼 좋은 존재는 없지 않나. 그래서 ‘슈퍼돼지’ 이렇게 가게 된 거죠.

(출처/퍼스트룩 제공)

Q. 봉준호와 작품 4개를 함께 한 변희봉, 그가 말하는 감독의 장점은?

변희봉: 제가 봉준호 감독한테 정말 책(대본)을 받아서 항상 보면서 느끼는 것은 봉준호 감독 책에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작품에도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습니다. 군데군데에서 주는 그 메시지의 매력은 정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외모에 정말 정다운 미소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항상 일을 하면서도 배우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퍼스트룩 제공)

Q. 틸다에게 봉준호란?

틸다 스윈튼: 봉준호 is My Brother. (봉준호는 나의 형제다!)

Q. 봉준호 감독의 끝 인사

봉준호 감독: 논란을 끝내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극장 상영부터 옥자의 생김새까지 논란을 몰고 온 영화 옥자.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무거운 주제이고, 보편적인 메시지인 것은 틀림없다. 단순하게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관객들마다 온도 차가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답을 정해 놓지 않는다. 관객들이 스스로 그 메시지를 찾게 한다. 그것이 감독 봉준호의 힘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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