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종교들은 종교마다 기념하고 싶은 날들을 지정해 특별한 의식을 갖는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불교에서는 석가탄신일을 비롯해 출가일, 성도일, 열반일 등을 기념일로 지정해두었다. 이러한 날에는 신도들은 종교적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한 기도 등의 행사를 갖고는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이슬람을 믿는 국가에서도 이처럼 종교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의식을 진행한다. 그 기간을 바로 ‘라마단 기간’이라고 부른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하며, 이슬람력에서의 9번째 달을 의미한다. 이들이9번째 달을 특별히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 1400년 전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아라비안 반도 서부의 동굴에서 이슬람에서 믿는 신 ‘알라’로부터 코란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9번째 달을 신성히 여기면서 ‘라마단’이라는 전통적인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이슬람교도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절제하는 삶을 살게 된다. 먼저 한 달 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단식에 돌입한다. 라마단 중 단식은 신앙고백, 기도, 희사, 성지순례와 함께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다. 단식을 통해 사회에 소외되고 굶주린 의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해가 뜨기 전과 해가 지고 난 후에는 간단히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스프나 죽과 같은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개인의 잘못을 속죄하고 자제력을 기르기 위해서 화를 내거나 질투, 시기하지 않으려 하고 폭언, 험담, 폭력을 금지한다. 또 음악 감상이나 컴퓨터 게임 등의 유희를 지양해 오롯이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전 세계 30여 이슬람 국가 내 국민들과 밖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 하루3번 또는 5번씩 성지 메카나 메디아를 향해 기도를 한다.

단, 라마단 기간에 단식을 하지 않는 예외의 사람들도 있다. 전쟁 중인 군인이나 여행자, 노약자의 경우 라마단 기간에 단식을 면제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추후에 단식 일수를 채우는 것이 관례다. 또 시합 또는 사업을 이유로 해외에 있는 사람들도 이 기간 중에는 단식을 완화할 수 있고, 대회가 끝나거나 일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단식 일수를 채운다.

이렇게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드 울피트르’라는 이슬람 축제가 3일간 시작된다. 축제 첫날 오전에는 집단 예배를 통해 단식이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하고 이웃, 친척들의 집에 방문해 선물을 교환한다.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원에 기부를 하고, 이슬람식으로 양을 도살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분배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이슬람교도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국가를 가거나 이슬람교도를 만나게 된다면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율들이 있다. 우선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 옆에서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 라마단 기간 동안 이슬람교도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일체의 음식, 액체류도 먹지 않기 때문에 옆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이들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급적이면 무슬림인 비즈니스 관계자와는 가급적 미팅이나 만남을 주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기도를 하는 기간인 만큼 그 기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교도가 아닌 경우 라마단의 기간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다. 왜냐하면 라마단 기간은 이슬람력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매년 같지 않고, 지역마다도 다를 수 있다. 이슬람력은 천문학적 계산과 함께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계산이 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천문학적인 계산보다는 달의 모양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의 종교위원회가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서 새로운 달을 알리는 초승달이 뜨는 시점을 기해 라마단을 선언한다.

종교는 개인적인 신념의 차원일 수 있지만,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는 그 나라를 지탱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나 라마단 기간은 무슬림들이 서로가 같은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라마단. 이러한 문화를 존중해주기 위해서는 무슬림들을 만날 때 라마단 기간과 그에 대한 규율들을 먼저 확인해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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