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광윤 칼럼니스트]  

화근(禍根)은 늘 사소하거나 예기치 못한 일에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방미(訪美) 외교의 성과가 윤창중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물거품이 되고 있으니, 인간만사 내일을 알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윤 전 대변인이 원래의 잘못된 버릇을 숨길 수 없었든지, 아니면 우발적인 실수였든지 간에 대통령 대변인이란 고위직에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차라리 언론인으로 남아 자신의 소신대로 글을 쓰는 일을 계속했더라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아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더욱이 대한민국 정부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요.

 
   윤창중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임명한 첫 인사였습니다. 첫 인사인 데다 윤 전 대변인이 독특한 논조의 언론인이라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야당은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주창하면서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대변인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윤 전 대변인의 품격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윤 전 대변인을 그 자리에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시중의 평판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윤창중 전 대변인이 적임자라고 봤을 것이고, 극우적인 성향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변인은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윤 전 대변인은 소신이 강하다 못해 너무 극단적인 사고의 소유자로서 이 자리에는 적합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지향하는 이상, 대변인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는 국민대통합에 상응하는 인사가 기용되는 것이 바람직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는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역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맞습니다. 역대 정부들도 인사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박근혜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사 실패’ 때문에 출범 전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인사 실패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에 성인군자는 찾기 어려운 법이고, 특히 대한민국에서 고위직을 맡을 만한 사람들 가운데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좋은 인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더욱 시간이 걸리더라도 폭넓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권력자와 직접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찾다 보니 실패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의 방향을 비교적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 맞춤형 복지 등은 시대 흐름과 국민 정서에 잘 부합합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서도 잘 보여주었듯이 ‘고품격의 지도자’임을 많은 국민들이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사람을 고르는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잘못된 인사임이 드러났을 때 이를 고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사 대상에 대하여 주변의 평판을 참고로 하지 않거나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인사 보안에 치중하는 나머지 주변 참모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개선해야 할 대목입니다. 쓴 소리를 하는 참모를 가까이에 두고 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윤창중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 이후 맞닥뜨린 최대의 고비입니다. 이 사건의 수습 여하에 박근혜 정부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석연치 않은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원칙에 맞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철학과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성공 신화를 써 왔다고 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과 원칙이 반드시 옳다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설령 그것이 대체로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상황과 여론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조정의 여지를 남겨야 합니다. 이것이 정치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윤창중 사건은 고위 공직자 혹은 지도자들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될 수밖에 없어 신독(愼獨)의 도(道)를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법의 심판을 받거나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여성에 대한 가벼운 농담조차도 ‘성 희롱’의 도마 위에 오르는 판국이니, 하물며 그 이상의 언행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비단 성 관련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에게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추세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도덕성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공직에 나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윤창중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위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앞으로 사건의 추이에 따라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 공직자들의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윤창중 사건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박근혜 정부가 입게 될 국민적 불신감은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유익한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사건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기 바랍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인사는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제2, 제3의 윤창중 사건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공직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희망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번 사건을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소재로 삼기보다는 정부가 이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고 하루빨리 정상 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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