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디자인 최지민pro] 패션에 유행이 있듯 삶의 가치관에도 트렌드가 있다. 2000년대 초 건강하게 먹고 사는 법에 관심을 뒀던 ‘웰빙(Well-being)’에서 화려하고 복잡한 일상보다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일상생활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로 변화, 최근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박한 시간을 뜻하는 ‘휘게(Hygge) 라이프’가 뜨고 있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휘게 정신이 육아에서도 적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90%에 달하고 오후 4시면 퇴근해 부모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스웨덴은 ‘아빠 육아 천국’이다. 이러한 스웨덴 아빠들을 한 손에 카페라떼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끈다고 하여 ‘라떼 파파’라고 한다. 유사한 말로는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아빠(daddy)의 합쳐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프렌디(friendy),  ‘스칸디대디’ 등이 있다. 

이와 대비해 우리나라 아빠들은 가부장적 권위를 갖고 집안에서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정작 집안일과 육아에는 무관심하거나 비참여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의미로 ‘허수애비’라고 불린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아빠들처럼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 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이기에 가능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스웨덴도 과거엔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라떼 파파가 가능한 이유를 살펴보면, 스웨덴 정부는 1974년 세계 최초로 아빠도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터가 익숙했던 남자들이 집에 있는 것을 싫어했고 특히 남자 육아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도입 초반에는 남자들에게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쓸 수 있는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을 정부가 규정했지만 아빠들이 이 기간 대부분을 엄마한테 넘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자 정부는 아빠가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멸되는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30일에서 90일로 점차 늘려나갔다. 또한 아빠의 육아휴직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추가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듯 지원도 병행했다. 

육아휴직 13개월까지는 급여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3개월은 지정액을 지급해 가계 부담도 없앤 것이다. 아빠의 육아휴직 유도를 위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별도의 장려금 지급하고 3살 미만 아동을 보육할 때는 특별 지원금을 제공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아빠의 육아휴직을 응원하는 사회 시스템이 스웨덴을 변하게 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주는 기업 문화가 스웨덴판 '아빠의 전쟁'을 끝내는데 큰 몫 한 것이다. 육아휴직 중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국공립 문화센터 '오픈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는 아빠와 엄마의 비율이 50 대 50인 것은 스웨덴 정부의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 기업의 참여가 있었기에 스웨덴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출산장려 대책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는 휴직 전 통상임금의 40%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들은 늘고 있지만 남자들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에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자 2014년 11월부터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했다. 같은 자녀를 위해 부모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로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3월 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작년 동기의 1,381명보다 54.2% 늘어났고, 전체 육아휴직자 2만935명 중 남성 비율은 10.2%로 처음으로 10%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정부 정책에 따른 사회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기업·공기업 등 일부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프리랜서 등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과 세심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스웨덴의 라떼 파파같은 이들이 많아져 더욱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