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천만 명에 다다르는 시대. 반려동물은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안정감을 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런데 보통의 반려동물보다 조금 더 주인을 위해 노력하는 동물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안전까지 지켜주는 존재. 바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다. 안내견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내견들을 훈련시키는 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오늘 시선 인터뷰에서는 안내견을 훈련시키는 훈련사들의 삶에 대해 알아본다. 

PART 1.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 입사한 지 24년째 된 신규돌이라고 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가 93년부터 시작을 했고, 저는 93년부터 일을 시작해서 초창기 멤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안내견 훈련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안내견 훈련사라고 하는 직업은 일반 반려견들의 훈련을 하고 하는 그런 직업을 가진 건 아니고 시각장애인의 재활을 목표로 해서 도와주는 개를 훈련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하면 사회복지 쪽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그런 직업이죠.

- 안내견 훈련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격이나 과정이 필요한지?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우선, 안내견 훈련사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공은 없어요. 다만,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공을 살펴보면 수의학이나 축산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분명 이 일과 관련된 전공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확실히 도움이 돼요.

자격증 같은 경우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정해주는 자격증은 따로 없습니다. 대신 국제 안내견 협회에서 공인된 안내견 훈련사 자격증을 부여해주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이런 자격증을 딸 수 있게 교육하는 교육기관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그냥 일반 사설 훈련사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될까 궁금해 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은 크게 의미는 두고 있지는 않아요.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 국제 안내견 협회의 자격증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우선 자격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훈련사’ 자격증과 ‘지도사’ 자격증이라는 게 있는데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훈련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안내견을 훈련하는 점과 시각장애인을 지도하는 점 두가지롤 고려하게 되죠. 그래서 안내견 훈련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평가하고, 그동안 해왔던 성과들을 바탕으로 자격증이 부여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교육해주는 기관이 별도로 없어요. 그래서 우선, 저희 안내견 학교에 입사를 하고, 3년 정도 안내견 훈련과 사육과 번식, 질병 등에 대해서 교육을 받게 되고 훈련 경험을 쌓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제 안내견 협회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됩니다.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 안내견 훈련사의 하루 일과는?

우선 저희들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8시 출근, 5시 퇴근을 하고 있어요. 휴일 근무는 돌아가면서 하고 있구요.

보통 8시가 되기 10분 전쯤에 전 직원들이 모여서 스탠딩 미팅을 가져요. 각자가 오늘 어떤 훈련을 할지에 대해서 공유를 하죠. 이 회의가 끝나고 나면 각자 견사로 가서 자신이 담당하는 예비 안내견들에게 밥을 줍니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면 용변을 해결해주고, 빗질이나 양치질 같은 것도 해줘요. 그리고 밤새 별 일 없었나 체크도 하죠.

9시가 되면 이제 훈련지로 나가서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때 훈련사 1명 당 각 6마리의 예비 안내견들을 담당하게 돼요. 이렇게 훈련을 나가면 오전, 오후로 나눠서 교육을 하고 4시쯤이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됩니다. 학교로 돌아온 후에는 하루 동안 진행한 훈련일지를 작성하고, 예비 안내견에게 밥을 주고 퇴근을 하죠. 물론 9시까지 남아서 예비 안내견들을 돌보는 일은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 훈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안내견의 양성은 크게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먼저 종견과 모견을 골라서 교배를 한 후에 태어난 아기들은 약 7주 정도 안내견 학교에서 돌봅니다. 그리고 7주가 지나게 되면 강아지의 사회화를 위해 일반 가정집에 위탁을 맡깁니다. 이런 과정을 ‘퍼피위킹’이라고 부르죠. 퍼피워킹은 보통 1년 정도 진행이 되는데요. 이 때 자원봉사자 분들과 지내면서 사람과의 유대감도 쌓고 학교에선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소리 등을 경험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안내견의 일을 할 때 겁을 덜 내거든요.  

이렇게 1년여 정도 지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면 약 7개월간의 훈련이 시작됩니다. 약 30주의 훈련을 거치면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훈련사들은 이때부터 예비 안내견들의 훈련을 담당하게 돼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정말 안내견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테스트를 총 3번을 거치게 됩니다. 이 때 2,3번째는 실제로 훈련사가 시각장애인인 것처럼 행동해서 시험을 치르는데, 이 때 3번의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지만 공식 안내견으로 인정받습니다.

- 그렇다면 안내견이 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보통 10마리 중 3마리 꼴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각보다 안내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개가 많지는 않아요. 이렇게 시험에 떨어지게 된 개는 다시 일반 가정으로 분양을 가게 됩니다. 이때 분양 신청을 하신 분들에게 분양을 해드리는데 개를 잘 기를 수 있는 조건을 가졌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분양 신청자들에게 따로 교육을 하기도 해요. 종종 퍼피워킹을 담당했던 가정에서 다시 분양을 받는 경우가 있죠.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 안내견 훈련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나 성격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난 말 못하는 개를 데리고 소통을 하면서 교육을 시켜야 하니까 인내심 또한 많이 필요하죠.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기분에 따라 개를 대하게 되면 개들도 그걸 다 알거든요. 좀 더 욕심을 내보면 부드럽고 유한 성격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06년 이후부터는 저희가 교육 방법을 ‘안 된다’고 얘기하는 부정 강화 방법에서 ‘잘 했다’라고 칭찬하는 긍정 강화 방법으로 전면 수정을 했는데요. 이렇다보니까 훈련사들도, 개들도 훨씬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개들도 스스로 나서서 뭘 더 하려고 하구요. 아무래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훈련견들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 /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제공

- 안내견 훈련사로서 우리가 안내견을 만났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면?

음 주의할 점은 크게 4가지 정도가 있어요. 첫 째, 먹을 것을 주지 말아야 하고, 둘 째, 만지지 말아야 하구요. 셋 째 소리를 치면 안 되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으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앞선 세 가지를 금지하는 이유는 저런 행동들이 안내견의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은 온전히 안내견에 의지하는데, 안내견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시각장애인의 안전 또한 위험해질 수 있겠죠. 또 사진을 찍는 경우는 아무래도 몰래 찍는 경우가 많아서 시각 장애인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카메라 불빛이나 셔터 소리가 안내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진행된 인터뷰.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신규돌 훈련사는 지칠 법도 하지만 굉장히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그의 밝은 목소리 속에는 보람과 행복함이 가득 묻어 있어 안내견 훈련사가 신규돌씨의 천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보다 일이 굉장히 즐겁다는 신규돌 훈련사. 과연 그는 왜, 그리고 어떻게 안내견 훈련사가 되었을까? 다음 편에서는 안내견 훈련사 ‘신규돌’씨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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