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나이가 들어감은 모든 생물이 거스를 수 없는 이치다. 야생을 살아가는 동물이든,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든 모두가 늙는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노화라는 것은 쓸모가 없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번식’은 모든 생물에게 가장 근원적인 목표이자 본능인데, 노화가 될수록 번식의 기능은 퇴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쓸모가 없어진다.’함은 무리 내에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실험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975년에서 1984년 사이 도살된 717마리의 고래로 고래에 대한 번식 상태와 나이에 대한 연구를 하던 도중, 36살 이상의 암컷 고래 92마리 중 임신한 고래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히 생존과 번식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야생에서 이들은 어떻게 무리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해답을 찾으려는 책이 있다. 바로 ‘앤 이니스 대그’가 쓴 책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노년의 동물들이 어떻게 무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코끼리, 고래, 원숭이, 늑대 등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노년의 동물들이 무리 내에서 살아남는 방식과 그런 동물들을 받아들이는 무리 구성원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들에게도 수많은 점을 시사한다.

배제되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노인들. 그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누군가의 잔소리, 구시대적 발상, 속히 말하는 ‘꼰대짓’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당위도 존경할 노인도 없다는 인식 속에서 노인은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살펴보면 오히려 동물들이 인간들보다 슬기롭게 노년을 헤쳐나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머지않아 미래 세대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노인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에 담긴 동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노인과 우리를 위한 일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자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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