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기원전 431년 발생해 27년 동안 이어졌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 전쟁은 ‘코린토스’와 코린토스의 식민지 ‘케르키라’의 싸움에 아테네가 개입을 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싸움이었다. 케르키라가 독립을 시도하자 아테네가 지원을 했고, 이에 스파르타는 코린토스를 지원하면서 전쟁이 발생한 것이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두고 신흥강국이었던 아테네의 급부상과 당시 패권국가였던 스파르타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전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신흥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어 왔다.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 연구소의 그레이엄 엘리슨 소장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패권 국가를 밀어낸 적인 모두 16번이 있었고, 그 중 12번은 전쟁이 발생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신흥 강대국인 독일과 기존 패권국이었던 영국의 충돌이 만들어낸 ‘1차 세계 대전’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 기존의 패권 국가의 미국과의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생산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은 22%에서 16%로 떨어졌고, 중국은 2%에서 18%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를 주도하고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경제 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경제적 분야에서만 그치지 않고 군사, 안보적 갈등에서도 첨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으로 발생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은 필리핀의 우방국인 미국이 개입하면서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으로 번져나갔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핵 실험은 미-중 간의 최대의 화약고로 꼽히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반발은 물론이고, 최근 우다웨이 수석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시기에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에 재전개 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중 갈등 상황을 두고 해외에서는 실제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하고,한국에서도 4월 전쟁설이 흘러나오기까지 한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북한 ‘선제타격론’을 언급했고, 최근 시리아 공군 기지를 공습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중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이 나설 것이라는 발언까지 이어졌다.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선제적으로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16번의 신흥국과 기존 패권국의 갈등 중 4번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막기 위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대서양 헌장을 채택하며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처칠 총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둘러 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통적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역사적 사례에서 드러난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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