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영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화가가 있습니다. 영국 대표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가 매해 젊은 미술가들 중 뛰어난 활동을 한 작가를 선정해 영국 최고의 미술상인 ‘터너 상’을 수여하는데요. 이 터너상을 시작하게 만든 사람, 바로 영국의 국민작가로 여겨지는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입니다. 

국립 미술관에서 11개의 전시관을 활용하여 작품을 전시하는 화가, 그만큼 그의 업적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출처/위키미디아)

터너는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며 후에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그의 주특기는 풍경화였습니다. 그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곳곳의 풍경을 스케치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후기에 이르러서 그의 작품은 세부 묘사는 생략하고 덩어리의 형태와 색채로 묘사하는 독자적인 화풍으로 발전했습니다.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대기의 변화에 따라 풍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풍경을 관찰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심상을 묘사하는 것으로 변화했죠.

색채를 중요시한 터너는 밝은 톤과 순수한 색채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빛의 모습을 자연적인 효과에 빗대 충실하게 그려냈습니다.

국회의사당 화재, 1834년 10월 16일 (The Burning of the Houses of Parliament, 1835)(출처/위키미디아) 

오늘의 작품, 국회의사당 화재, 1834년 10월 16일 (The Burning of the Houses of Parliament, 1835)입니다. 실제로 큰 화재가 난 영국 국회의사당을 그린 그림입니다. 1834년 10월 16일 국회 의사당에 난 화재는 바람을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번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군대와 소방대원을 동원했지만 불은 건물 전체로 활활 타올랐죠. 실제 터너는 템스 강의 배에서 직접 이 화재를 목격하고 대강의 스케치를 합니다, 그리고 몇 달 뒤 화재를 묘사한 그림을 완성하죠.

그림을 멀리서 보면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마치 왼쪽에 사용된 밝은 금색과 주황색부터 오른쪽의 짙은 녹색과 자주색까지, 강렬하지만 불분명한 색채의 혼합이 보입니다. 그림의 오른쪽 측면에 자리 잡은 다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템스 강 건너에 위치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국회의사당으로 이끌어주며, 배경에 보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모습은 템스 강물에 반사돼 표현됐습니다.

터너는 이렇게 불꽃과 주변의 색조를 재구성하여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인상 깊은 화재 장면을 생동감 있게 화폭에 담았습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파괴와 소멸의 장면을 보며 흥분된 자신의 감정을 재현한 것이죠.

이 그림이 1835년 '브리티시 인스티튜션'에 출품되었을 때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파격적이었습니다. 사실적인 시각 위주의 전통을 깨트렸기에 추상화의 탄생을 예고한 작품으로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무려 1만 9,000점의 스케치와 200여 권의 스케치북을 남긴 터너. 그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세운다는 조건으로 국가에 전부 기증했습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테이트 브리튼에 전시돼 있습니다. 그의 그림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시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영국 여행할 때 테이트 브리튼을 꼭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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