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만약 당신이 억울하게 16년을 옥살이한 끝에 겨우 풀려나 그 대가로 국가로부터 약 300억 원의 보상금을 받는다면 당신은 이를 어떻게 쓸 것인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태디어스 TJ 히메네스(38)는 자신의 삼촌이 속해 있던 갱단에서 10세때부터 약물을 운반하는 등의 일을 하면서 자라 왔다.

13세가 되던 해인 1993년, 태디어스는 경쟁조직원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1994년 징역 45년을 선고받고 16년 동안을 수감되어 왔다. 

그러던 2009년 그는 수감자 권리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받을 기회를 얻었고 법원은 태디어스의 손을 들어 석방시켜 주었다.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다고 생각한 태디어스는 시카고 시와 경찰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승소하여 '유죄 판결 후 무죄 판명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미 사법 사상 최대 규모'인 보상금 2천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그 돈을 어디에 썼을까?

히메네스는 자신이 속해있던 조직으로 돌아가 자신이 받은 보상금을 구속된 조직원의 보석금을 내거나 조직 간부들에게 명품 자동차를 사 주고 조직을 위해 총기, 약물 등을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그는 심지어 새로운 조직원을 고용하는 데에도 이 돈을 사용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판단하여 거액의 보상금을 줬지만 전혀 억울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갱단에 효자노릇을 하던 그는 결국 지난 2015년 8월 전 조직원 얼 캐스틸(33)의 다리에 2차례 총을 쏘는 사고를 저질러 지난해 유죄를 인정해 캐스틸에게 650만 달러의 합의금을 줬다. 

이에 시카고 연방법원은 히메네스를 총기범죄 혐의로 징역 9년 형을 선고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해당 지역의 판사는 "친구와 가족을 돕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거나 억울한 수감자를 지원하면서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돈으로 갱조직 재건을 도모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는데, 변호인단은 히메네스가 어린 나이에 무고하게 감옥에 갇혀 16년간 사회와 단절된 채 옥고를 치러 이런 상황이 되었다며 3년 6개월을 적정 형량으로 제안, 결국 9년이 선고되었다. 

사상 최대의 보상금을 받고도 히메네스는 새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그 정도의 액수라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의 삶의 테두리는 그 갱단 안에 머물러 있었다. 

평생 목에 줄을 묶어 놓은 개는 목줄을 풀어도 멀리 가지 못 한다(출처/픽사베이)

평생 목에 줄을 묶어 놓은 개는 목줄을 풀어주어도 자신이 묶여 움직이던 범위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범위를 벗어났을 때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 때문이다. 히메네스 역시 그랬다. 어려서부터 갱단에 길들여져 온 그에게 세상은 갱단이라 자신이 보상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 한 것이다. 

지금의 히메네스의 모습은 어린 그를 갱단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한 사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의 그런 과거를 알고 있었다면 그에게 보상금을 줘서 끝낼 것이 아닌 새 삶에 대한 교육부터 선행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다시 감옥으로 돌아온 그가 이번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깨닫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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