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치솟는 실업률, 줄어드는 채용시장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호의적인 상황이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집도, 인간관계도, 연애도 포기한 채 그저 살아가는 데만 몰두하지만 그 속에서도 금수저, 흙수저 등 수저계급론 속에 갇혀 ‘될놈될, 안될안(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를 외치는 달관세대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자살’이라는 결정으로 메시지를 던져주는 한 권의 책이 있다. 바로 <스물아홉살 생일, 1 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이다.

출처 / 픽사베이

이 책은 작가 하야마 아마리의 자서전이다. 파견 사원으로 살던 아마리는 혼자 스물아홉살의 생일을 보내다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주저앉고 만다. 29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뭐 하나 이뤄온 것 없이 살아온 본인의 모습에 좌절을 하고 만 것이다. 

도무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인생을 떠나려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없어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중 아마리는 TV 속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모습을 보게 되고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로 멋진 순간을 맛 본 뒤에 죽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은 자살을 결심한 아마리가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위해 1년 동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려낸다.

#.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죄

출처 / 픽사베이

‘목표 설정’, 아마리가 자살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사회는 개인만의 목표라는 것을 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경쟁과 수능만을 바라보고 12년을 공부하는 학창 시절 속에서 우리는 그저 남을 이기고, 명문대에 가야겠다는 목표로만 살아간다. 결국 그 목표가 사라지고 난 후의 삶은 공허하기 마련이다. 또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패배자가 된다.

나만의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있어야 동기가 생긴다. 그리고 동기가 있어야 열정이 생기고, 용기를 낼 수 있다.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두고 맹목적인 경쟁 속에 매몰되어 있다면 우리 사회에 수많은 아마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 뜻밖의 변화를 불러오는 데드라인

출처 / 픽사베이

‘1년’, 아마리가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위해 정해놓은 마지노선이다. 작가는 이 책의 말미에 “인생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 된다.”라는 구절을 남겼다. ‘끝’을 정해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는 끝을 정하는 것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이 없는 노력은 결승점이 없는 마라톤과도 같다. 목표에 대한 열정과 용기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지치기 마련이다.

마지노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잦은 타협을 막기 위함도 있다. 끝이 없는 노력은 ‘내일하면 되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등의 타협을 낳기 마련이다. 이러한 타협은 나를 나태하게 만들어 내가 가진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게 할 뿐이다. 목표에 가까이 가기 위해, 내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타협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마지노선이 중요한 이유, 설령 그 기간 안에 최선을 다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길 것이다. 

# 노련한 레이서는 가속페달보다 브레이크를 더 잘 쓴다

출처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잘 쉬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경주마처럼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라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리는 1년 안에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고, 공부하고를 반복하며 살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가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본인을 너무 혹사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본인이 이것을 하지 않으면 왠지 뒤로 밀려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노력의 효율마저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열정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건강을 잃고 나면 결국 자신이 이룬 목표조차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작가는 과감히 쉴 수 있는 것도 목표를 이루는 단계 중 하나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현실에 힘들어하는 청춘들을 위해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서점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무조건 도전해라’, ‘실패해도 일어나라’ 등의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만 하는 전하는 자기 계발서들은 청춘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는 그렇고 그런 조언들을 따르라고 하기 보단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들이 스스로 느끼게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 그리고 선뜻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 청춘들이 아마리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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