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낭만주의’ ‘인상주의’처럼 각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사조가 있는 것처럼 20세기를 주도했던 미술사조는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야수파’와 조형성을 탐구하는 ‘입체파’가 있었습니다. 

이 중 입체파는 1908년 프랑스의 ‘가을 살롱 도톤느’의 심사위원 마티스가 브라크의 작품 ‘에스타크의 집’을 보고 “조그만 입체의 덩어리를 그린 것”이라고 평한 것이 입체주의라는 명칭으로 굳어졌습니다. 마티스의 말처럼 입체는 정육면체(Cube)를 뜻하고 입체파는 ‘큐비즘’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초기 입체파 회화는 대상의 형태를 다양한 시점에서 본 후 2차원적 평면에 모아 놓은 형태였습니다. 즉 위와 아래, 앞과 뒤, 안과 밖이 동시에 표현되는 식이었죠. 그러다 후기에 들어서면서 종이 조각이나 작은 물체를 붙이는 ‘꼴라주’ 등의 기법을 도입해 다양한 소재를 조합하여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위키미디아)

이러한 입체파를 창시하고 이끈 주역이 바로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입니다. 조르주 브라크는 절친이었던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발전시킨 주인공으로서 신문, 잡지, 광고지, 악보 등 여러 종이 등을 붙이는 파피에 콜레(Papier colle)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입체파는 크게 2가지 면에서 선배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는데요. 첫 번째는 세잔의 후기 회화의 나타난 추상적 시각 분석으로, “ 자연의 모든 대상은 구, 원뿔, 원통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피카소가 아프리카 민속 가면에서 영감을 받아 고안한 반자연주의적 표현 기법으로 피카소의 ‘아비뇽 아가씨들’에서 이러한 개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조르주 브라크의 작품 ‘악사들(The Musician, 1917-18)’을 살펴볼까요?

(출처/위키아트)

이 작품은 브라크의 후기 작품으로 초기작보다 훨씬 풍부한 색감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림을 보면 작은 파란색과 금색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 아래 부분은 욕실의 타일 장식을 연상시키는 데요. 이는 브라크가 한때 실내 장식과 가구 수리를 했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일을 배웠던 당시의 경험을 작품에 접목 시킨 것입니다.

브라크는 혁신적으로 새로운 공간 구성을 고민했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선택한 사물을 꼼꼼하게 관찰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사물을 조각낸 후 재조합하면 그 형태를 알아보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림 속 음악가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 것입니다.

브라크는 작품 ‘악사들’ 뿐만 아니라 ‘기타를 가진 소녀’ 등 그의 작품 속에서 음악적 요소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악기를 떠나서 살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음악을 사랑한 사람이었는데요. 실제로도 브라크는 노래를 잘하고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었습니다. 

입체주의에서 분석주의로 발전하면서 브라크 회화에는 추상화 특유의 불안정성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분석적 입체주의는 유행이 오래가지 못하고 후발 주자 화가들도 모두 비슷비슷한 작품을 내놓아 화가 개개인의 개성을 구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입체주의를 창시한 브라크의 새로운 화풍은 과거의 화려함에 머물러 있던 다른 화가들에 비해 획기적이고 중요한 시도였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캔버스 공간 안에서 상징적인 부호들과 색채, 소재를 사용하여 자신의 주관적 관점을 마음껏 펼쳐 보인 입체주의. 그들의 그림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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