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찬사를 보낸 산 마르코 광장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정치·종교·문화의 중심지입니다. 특히 유럽인들에게 베네치아는 일상의 권태기를 끝낼 수 있는 곳, 다른 어느 곳에서 볼 수 없는 풍광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로 여겨졌습니다. 

18세기 베네치아는 특히 영국인들에게 각광받는 관광지 중 하나였는데요. 해외 식민지 경영으로 부를 축적한 영국인들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 도시를 연달아 방문하여 긴 여행을 즐기는 ‘그랜트 투어(Grand Tour)’가 유행이었습니다. 이런 영국인들의 여행 붐과 함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룬 화가가 있는데요. 바로 안토니오 카날레토입니다.

(출처/위키미디아)

안토니오 카날레토는 로코코 회화의 계승자이며 회화를 광학적으로 접근한 혁신적인 화가인데요. 특히 ‘산 마르코 광장’은 빛을 처리하는 기법이 굉장히 과학적이라 그를 ‘광학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게 한 작품입니다. 그는 투시법을 활용해 매우 사실적인 도시 풍경화를 주로 그렸으며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 베네치아의 화려함과 웅장한 건축물, 축제 등을 묘사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풍경화 속 구도 등은 극장의 무대 배경을 그리는 자신의 아버지 밑에서 그림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카날레토는 아버지의 조수로 일하면서 선 원근법과 공간적인 명쾌함, 균형 잡힌 구도, 무대 효과인 풍경을 멀리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설득력 있고 사실적인 표현법 등을 수련했죠. 카날레토는 1719년에서 1720년까지 로마에서 미술 교육을 받아 자신의 화풍을 완성했으며 베네치아로 돌아온 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실적이고 지형학적인 베네치아의 풍경을 그리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산마르코 광장’을 살펴볼까요?

(출처/위키미디아)

그림을 살펴보면 마치 사진과 같은 세부적인 묘사에 입이 쩍 하고 벌어집니다. 이미 현지 역사계에선 ‘사료 문헌과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할 정도이니 그림 속 정밀함과 사실성은 으뜸 중에 으뜸인 것입니다. ‘산마르코 광장’은 카날레토가 처음으로 그린 풍경화입니다. 제작 연도는 1723년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1723년에 산마르코 광장 바닥을 대리석으로 새로 깔았지만 그림 속 광장 바닥은 흙바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가는 최고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지평선 1층의 높이에 두었고, 그 결과 활짝 열린 광장의 전경을 화폭 속에 그대로 옮길 수 있었죠.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카날레토는 베네치아에 대한 자부심이 컸는데요. 일생을 베네치아의 건축물과 경관을 그림으로 옮기는 것으로 과업을 삼았습니다. 그럼 건축물만 있을 것 같은데 또 살펴보면 콩알 만한 사람들이 빠지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그는 이에 대해 ‘건축물과 풍경만 그려 넣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이곳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그것이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날레토의 그림은 베네치아 여행에서의 추억을 남기고 싶은 영국 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그의 그림은 이탈리아보다 영국에 더 많이 남아 있는데요. 인간 사진기나 다름없었던 카날레토의 그림은 약 삼백년이 지난 현재에 판매된다 하여도 꽤나 인기를 모았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영국 귀족들이 선택했던 여행지 베네치아, 우리는 카날레토의 그림으로 잠시 일상 속 휴가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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